헌재, '한 총리 탄핵' 73일째 결론 못내
與 "오늘이라도 선고…결정문 하루면 충분"
탄핵 기각되면 '최상목 임명 재판관' 효력,
'尹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에도 눈길 쏠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의 빠른 결론을 촉구하고 있다. 한 총리의 탄핵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가 헌재와 야권의 결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측은 10일 헌법재판소에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조속히 지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 총리에 대한 변론이 윤 대통령보다 빨리 종결된 만큼 선고가 늦어질 이유가 없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한 총리의 탄핵심판을 서둘러달라는 주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심판) 변론종결 후 2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헌재는 아직도 답이 없다"며 "(헌재는) 오늘이라도 즉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보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헌재는 조속히 한 총리 탄핵 선고를 내리길 바란다"며 "그래야 이재명 세력의 탄핵 폭거에 브레이크를 걸고 국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 "헌재는 지난달 19일 한 총리 재판을 반나절 만에 종결했는데, 쟁점이 없었다. 탄핵 기각 결정문 쓰는데 하루면 충분하다"며 빠른 탄핵 심판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 총리 측과 여권이 이 같은 주장을 쏟아내는건 실제로 한 총리의 탄핵심판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헌재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27일 강행 의결한 한 총리의 탄핵소추 심판을 73일째 선고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19일 한 총리를 소환해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도 19일째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한 총리의 선고를 미룬 것뿐 아니라, 헌재는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앞서 헌재는 국회 측이 12·3 국무회의 참석 위원들의 조서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신청한 송부촉탁(자료 송부)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절차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료 송부 요청을 받은 기관의 회신, 당사자의 자료 열람 후 제출 및 재판부 심리 절차 등을 고려하면 헌재의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송부촉탁은 검찰 측의 거절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헌재는 국회 측이 헌재에 국무위원 등의 수사기록 송부를 요청하자 이를 허락하면서 또 다른 절차 위반을 저질렀다"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는 꼼수에 불과했지만, 그마저도 검찰로부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기록을 보내줄 수 없다'고 퇴짜를 맞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의 탄핵 선고가 지연되는 이유가 야권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주 의원은 "헌법재판소법 32조상 '수사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며 "마은혁 사건도 국회에 힌트를 줘서 '국회 결의가 없었던 하자'를 치유해 주더니 또 짜고 치는 거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헌재가 더 이상 선고를 미루기 위해 꼼수를 부릴만한 사유도 없어졌다"며 "선고를 미루는 이유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시간을 미루면 미룰수록 헌재가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민주당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심만 짙어질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한 총리의 탄핵 선고를 촉구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도 연관이 있어서다. 앞서 한 총리는 민주당 측이 '여야 합의'를 거쳐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다.
한 총리가 이들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지난해 12월 26일인데, 야6당은 그 다음날인 12월 27일 곧바로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전격 임명했지만, 마 후보자는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결정했지만, 한 총리 측은 마 후보자를 임명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탄핵소추를 당했기 때문에 한 총리가 중대한 헌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만약 한 총리의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한 총리의 직무정지 중에 최 대행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임명의 효력이 의문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더 연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처럼 한 대행의 탄핵 결과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헌재를 향해 연일 한 대행의 탄핵심판 사건의 결론을 내릴 것을 강력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아예 한 대행 탄핵심판을 각하해야 한단 주장도 적지 않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151석이 아닌 200석이므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애초에 성립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민주당의 위헌적 한 총리 탄핵소추는 기각이 아니라 각하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유불리를 떠나서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헌재에 정치인 뿐 아니라 국민들도 지쳐가고 있다"며 "꼼수를 쓰거나 야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헌재가 제발 헌법에 기반한 판결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