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지연, 투쟁동력 저하 의식한 듯
5·18민주묘역 참배·비상행동 집회 참석
"헌재, 혼란상 신속하게 종결해야" 압박
암살·테러 등 '신변 위협' 제보로 외부 활동을 중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엿새 만에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첫 행보는 민주당의 총본산(總本山)인 광주였다. 이곳에서 그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오후 광주 첫 일정으로 5·18 민주묘역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함께 사는 세상' 오월 정신으로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대선 당시 이곳을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을 발로 밟은 뒤 "전두환 씨는 국민이 준 총과 칼로 주권자인 국민을 집단 살상한,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반란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총과 칼로 국민을 쏘고 찔렀음에도 엄정하게 책임을 묻지 못해 천수를 누렸다"며 "그래서 이런 쿠데타를 기도하는 자들이 다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며 조기 대선 전망이 높아지자 민주당 표심 텃밭인 광주에서 대권 행보를 공식화 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신변 위협에도 광주를 찾은 것은 사실상의 대권 행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두환의 전 사위가 쿠데타를 옹호하며 반란 수괴를 처벌하지 말라고 길거리를 헤집고 있다"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직격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사위다.
이어 "내란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국민의 일상적인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풍찬노숙하면서 밥을 굶고 항의하며 싸우다가 운명을 달리하기도 한다"면서 "헌재는 이 혼란을 신속하게 종결시켜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압박했다.
이후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해 피켓 시위를 하던 중 사망한 당원 고 신상길 씨의 빈소를 조문했다. 신 씨는 전날 오전 광주에서 피켓 시위를 하던 중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대표는 외부 행보를 광주에서 재개한 것과 관련 "현실적으로 경찰 경호도 확대되고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가 갖춰졌다"면서도 "그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내란 사태 대한민국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기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신상길 당원 동지를 조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그는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윤 대통령 파면과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소속 시·구의원들을 찾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야권의 투쟁 동력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해 이 대표가 외부 일정을 재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비상계엄 때문에 광주분들이 제일 트라우마가 심하겠다. 21세기에 군사 통치를 꿈꾼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군인의 능력으로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식농성 중인 시·구의원들을 향해 "장기전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내가 지금 (광주)시·당위원장 (양부남 의원)이 시켜서 (시·구의원들) 단식을 못하게 하라고 끌려왔다. 이제 충분히 다들 (의지를) 아니까 (단식을) 그만해달라. 체력 보전도 해야하지 않겠느냐"라고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내란수괴 석방은 제2의 내란이다!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펫말을 들고, 광주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광주 금남로로 향했다.
윤 대통령 구속취소와 석방을 지휘한 검찰·법원을 규탄하는 항의 차원의 행진이다. 이 대표와 시민들은 '재판부와 검찰도 같은 내란 세력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세워 5·18민주광장을 가로질러 행진했다.
한편 경찰은 민주당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이 대표에 대한 신변 보호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특수부대 출신 전직 요원들이 이 대표를 암살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호 인원과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