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현대차 제57기 주주총회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트럼프 리스크 등 짙어진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수익성을 지켜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캐즘(일시적 정체기)에 더해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등의 숙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전기차에 대한 투자 의지도 확고히 했다.
무뇨스 사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57기 주주총회에서 "2025년 경영환경은 무역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및 미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무역 갈등 및 보호 무역 기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모든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함께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도전하는 DNA를 기반으로 기회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위기 돌파 전략으로 ▲권역별 최적화 전략 ▲EV리더십 강화 ▲상품 및 서비스 혁신 ▲전략적 협업 확대 ▲조직문화 최적화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권역별 최적화의 경우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통해 수익성을 지속해가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미국의 경우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 등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에서는 조지아 주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을 생산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혼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 생산할 계획"이라며 "주요 시장인 미국 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어떠한 정책 변화에도 유연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어 유럽 시장과 중동 시장에 대해서는 "유럽은 캐스퍼EV, 아이오닉9을 비롯한 전기차 신모델 출시, 규제 대응 엔진 탑재 등을 통해 환경 규제에 적기 대응할 계획"이라며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CKD 생산기지를 구축하여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중국의 경우 전기차 대응력을 높인다. 그는 "중국은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도전적인 시장이다. 당사는 시장 수요에 맞춰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위한 전기차(EV)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처럼 권역별 맞춤형 전략을 기반으로 상이한 규제 및 시장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생산 현지화 및 부품 소싱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전기차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대차는 작년 10년간 900억 달러를 투자해 신형 전기차 21종을 개발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현 7종에서 14종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목표는 200만대다.
무뇨스 사장은 "3열 SUV 아이오닉9과 소형 캐스퍼EV 런칭을 통해 신규 세그먼트에 진입하고, 북미에서는 북미 충하전표준(NACS) 적용 및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아이오나'를 통한 인프라 확충 등 사용자 편의성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아이오닉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더 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배터리의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주행거리 향상도 함께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글로벌 파트너십과 관련해선 GM과의 자동차 협력을 넘어 AAM(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넓히겠다고 했다.
그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물류에 수소전기트럭을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EREV, SDV, 배터리 기술 개선 등 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할 것"이라며 "당사는 아마존, 웨이모, GM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내 계열사와도 긴밀히 협력해 AS부품·금융·물류 분야의 비용을 절감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무뇨스 사장은 올해 역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작년 연간 매출액 175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4조2000억원, 영업이익률은 8.1%를 달성한 바 있다.
무뇨스 사장은 "당사는 놀라운 성과와 성장을 이루어 냈으며, 앞으로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저는 새로운 규제, 고객 선호 변화, 공급망 차질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당사의 회복력과 유연성에 늘 깊은 감명을 받고 있다"며 "저희 회사에는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 나가는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