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호 감독 연출
누군가는 진실을 추적한다 믿고, 누군가는 단순히 관심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한다. 영화 '스트리밍'은 누구나 방송국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 속에서 어떻게 '자극'을 '정의'로 포장하고, '관음'을 '참여'로 합리화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본다.
강하늘은 구독자 수 1위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 역을 맡아 연쇄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강하늘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바른 청년'의 외피를 잠시 내려놓고 허세 가득한 얼굴로 시청률을 향해 달려가는 괴물이 됐다.
보통 배우들은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재 자신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지점의 캐릭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하늘의 경우는 연기 변신이 '스트리밍'에 출연한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대본을 읽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으면 선택하게 되는 편이에요. 캐릭터나 이야기를 하나씩 체크하진 않고 한 번에 읽힌다면 운명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내가 만나게 될 작품은 이 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트리밍' 대본은 대사가 우상만 있는 거예요. 영화 대본을 읽는데 마치 연극 대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연극과 뮤지컬도 해와서 연극처럼 찍을 수 있겠다 싶겠더라고요."
우상의 팔에 새긴 문신, 왼쪽 손목에 반짝이는 고가의 시계, 카메라 앞에서 단정하게 각 잡힌 검은 수트는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강하늘의 해석에서 더욱 확장됐다.
"처음 대본에는 우상이 정제되어 있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날티나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테스트 촬영을 검은 양복에 수트 입고 찍었는데 제가 생각했을 땐 조금 더 캐릭터성이 짙어야 할 것 같았어요. 관객들이 계속 우상을 봐야 하니 조금이라도 덜 지루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캐릭터의 색을 더 입힐 수 있을까. 왜그에서 1위 한 스트리머의 캐릭터성은 뭘까 고민 끝에 허세 가득하고 과시 좋아하는, 그러나 내실은 비어있는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된 거죠."
영화는 마치 실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보는 듯한 생생함을 구현하기 위해 원테이크 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원테이크. 촬영 내내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강하늘은 매 순간 실제 방송처럼 호흡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한건 현장감이었다. 영화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라이브 방송처럼 보이길 원했다.
"10분 동안 원테이크로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영화를 찍으면서도 생동감을 살려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계속 테이크를 다시 갔던 이유가 라이브가 같지 않은 거였어요. 정해진 동선대로만 움직이는 느낌이라 스스로 아쉽더라고요. 제가 완벽주의는 절대 아닌데 클럽 신은 유독 많은 테이크를 갔어요."
실제 라이브 방송처럼 보이기 위해선, 그 특유의 '어색한 정적'도 필요했다.
"보통 영상을 볼 때 3초만 말이 없어도 '사고야?'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잖아요. 일부러 불편한 긴장감을 위해 그런 것들도 넣었어요."
그는 이 이야기가 어떤 속도로 달려야 하는지, 어디서 숨을 고르고 어디서 밀어붙여야 하는지 계속해서 조율을 해나갔다. 이야기의 리듬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촬영을 모두 다 끝낸 시점에 재촬영도 마다하지 않았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 러닝타임 안에서 늘어지고 당겨지는 걸 다 표현하기는 과유불급이죠. 필요한 것만 가져가야 했죠. 첫 신인 전부 촬영을 마친 후 다시 촬영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더 다운된 분위기로 찍었거든요. 그랬는데 끝까지 찍어보니 첫 장면 호흡을 더 올려야 될 것 같더라고요.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호흡을 가져가야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볼 것 같았어요."
'스트리밍'은 강하늘 원톱 주연의 영화다. 하서윤, 강하경 등 함께한 배우들은 충무로 새 얼굴로, 강하늘에게 '스트리밍'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겠지만 영화의 흥망은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요. '스트리밍' 찍으면서 '동주'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감독님과 연기자, 스태프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영화를 위해 고민한 경험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동주'도 그랬고요. 좋은 추억이 됐어요."
전통적인 영화 문법에서 벗어난 이 실험에, 강하늘은 오히려 확신을 가졌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극장가에 다양한 색채를 더하는 하나의 활력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독특한 이야기, 연출은 감독님의 용기라고 생각해요. 특이하잖아요. 그래서 만나기 어려운 방식이고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관객들에게 '영화가 이상한데 재미없지는 않아'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우리 영화는 전혀 시네마적이지 않잖아요. 이런 시도들은 언제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주의거든요. 저도 뻔한 연기, 누구나 할 것 같은 연기 말고 독특한 호흡의 연기를 알게 모르게 시도하고 있고요. 관객들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