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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건담', 이혼한 아빠를 엄마 생일 선물로…한 소년의 미션 [D:쇼트 시네마(114)]


입력 2025.03.24 14:55 수정 2025.03.24 14:5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준섭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준섭(김현목 분)은 엄마의 생일 선물로 이혼한 아빠(이상윤 분)를 선물해 주려 한다. 엄마는 아빠가 긴 머리카락을 잘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준섭은 지방에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을 하고 있는 아빠를 찾아간다.


준섭은 아빠에게 자신이 학교 부회장이라 선생님이 부모님을 모셔오랬다는 거짓말을 한다. 준섭은 그렇게 학교 핑계를 대고 달리는 오토바이 뒤에 앉아 아빠에게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고 와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아빠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한다. 급기야 길거리에 준섭을 내려놓고 떠난다.


준섭은 전하해 아빠에게 "손가락을 잘라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라면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에게 서운함에 화를 낸다.


결국 아빠는 다시 돌아와 준섭을 태우고 가며 얼마나 자르면 되냐고 묻는다. 아빠는 머리를 자르면 징역을 가게 되는 징크스가 있다며 찝찝해 하지만 아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집에서 씻고 미용실을 갈 채비를 하는 사이, 한 여자가 등장한다. 아빠의 여자친구 옥슬이(차미정 분) 누나다. 준섭은 아빠, 옥슬이 누나와 함께 미용실을 찾고 드디어 아빠의 긴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정돈됐다.


다시 돌아온 서울, 엄마는 자신의 생일 소원이 아빠가 죽는 것이라고 말하고, 준섭은 옥슬이 누나가 준 돈으로 어려서부터 갖고 싶었던 갓건담을 산다.


'갓건담'은 이준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주인공에 자신의 이름을 썼고 아빠 역할을 한 배우는 이준섭 감독의 아빠인 이상윤이다.


이혼한 부모, 아빠의 여자친구, 어긋난 관계 등이 모여 하나의 비극을 만들법도 하지만 '갓건담'은 반대로 불균형함으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웃게 만든다.


감독이 자신의 이름과 가족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올려놓으며, 유년기의 씁쓸하고도 엉뚱한 기억을 따뜻하게 복기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아빠가 죽는 게 생일 소원"이라는 엄마의 냉정한 말을 듣고도, 아빠의 여자친구가 옥슬이 누나가 준 돈으로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갓건담'을 사는 준섭. 어쩌면 그것은 준섭이가 스스로 위로하기 위한 방식 아닐까.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진심이 엉뚱한 웃음과 함께 관객의 마음속까지 도달하는 드문 경험을 선사한다. 러닝타임 24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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