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고객 가치 창출, AX 생태계 구축, 데이터 기반 단계적 성장 강조
'주주와의 대화' 시간 통해 사업 방향성 및 AI 전략 공유하기도
25일 열린 LG유플러스 정기 주주총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자체 기술 고도화와 빅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 전환(AX) 컴퍼니'로의 도약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중책을 맡은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저수익 사업은 정리하는 등 기업 체질 변화에 앞장설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LG유플러스 지하 2층 대강당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주총에 참석한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인사말과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LG유플러스가 AX 컴퍼니로 새롭게 발돋움하는 한편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줄곧 피력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올해 AX 중심 사업을 위한 핵심 역량 강화 방안으로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고객 가치 창출 ▲AX 생태계 구축 ▲데이터 기반의 선택과 집중 ▲품질·보안·안전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AX 생태계 구축을 위해 홍 사장은 "AI 기술 기업 및 플랫폼 기업 등과 협력해 AX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AI 중심 사업 구조 전환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홍 사장은 이어진 '주주와의 대화'에서 유·무선사업 중심의 전통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극복할 대안은 AI를 통한 지속가능한 수익화라고 밝혔다.
그는 "주력 사업인 유·무선 서비스는 산업 사이클상 성숙 단계에 해당한다. 양적 성장은 제한적인 상황으로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및 효율성 강화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X, DX 중심의 AI 기반 업무 자동화 도입으로 콜센터 및 네트워크 관리 측면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유통 채널의 디지털 경쟁력을 가속화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다짐은 LG유플러스의 AI 기반 기업 간 거래(B2B) 및 소비자 대상 거래(B2C) 사업 확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먼저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 사용자 확대를 추진중이다. 익시오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통화 서비스로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통화 녹음 및 요약 기능 등을 온디바이스 환경에 제공한다.
홍 사장은 "익시오 서비스에서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통화 중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상용화했으며, 서버로 녹음 파일을 업로드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안성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이를 더욱 고도화해 더욱 안전한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용자 확대를 위해 빅테크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앞서 홍 사장은 최근 열린 'MWC25'에서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구글과는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LG유플러스 익시오에 적용하고,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홍 사장은 "현재 글로벌 빅테크 대비 AI 투자 규모와 기술력에서 격차가 일부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AI 밸류 체인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최신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면서 "특히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향후 3년간 3억 달러 규모의 AI 사업을 진행해 유튜브 검색 연동을 활용한 글로벌 1위 서비스 경험을 익시오에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WS와는 국내 AI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을 위한 ‘AX얼라이언스’ 전략을 공동 추진하며, 한국형 소버린 클라우드 개발, AI 플랫폼 및 솔루션 개발, AI 컨설팅 사업에서도 협업할 예정이다.
빅테크뿐만 아니라 해외 통신사들과의 협력도 적극 확대한다. 홍 사장은 "중동 자인그룹과 익시오 협력을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일본 KDDI CEO와의 미팅에서도 AI 협력 관계를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K-AI 즉, 한국형 AI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AI DC)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5월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토지와 건물을 1053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축구장 9배 크기 면적인 파주 AI DC에는 '액체 냉각' 솔루션이 접목될 전망이다.
액체냉각은 DC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물이나 비전도성 액체로 식히는 기술로, AI DC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동과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만큼 액체냉각 솔루션을 통해 인프라 안정성을 강화한다.
AX 컴퍼니를 위해 사업 확장뿐 아니라 조직 문화 혁신에도 나선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LG유플러스를 세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젊은 기업'(Young Company)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CEO부터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리더십 최전선에 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는 구성원들과 취임 100일을 기념해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홍 사장은 "회사나 개인이 성장하려면 동기(Motivation), 역량(Ability), 계기(Trigger) 세 가지가 중요하다"면서 "구성원들에게는 단순히 1등하는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내가 하는 일이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AX 컴퍼니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 수익이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스포츠 플랫폼 '스포키'를 비롯해 로봇, 화물중개,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작년 2월 여명희 LG유플러스 CFO는 "저수익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겠다. AX 중심으로 핵심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영입하면서 LG에 합류한 홍 사장은 (주)LG 경영전략부문장으로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 발굴은 물론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 미래사업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왔다.
2022년부터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그간 쌓아온 통신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왔다.
LG그룹 내 전략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홍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과거 경영 컨설팅과 LG 지주회사에서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 역할을 수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 현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업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회사 방향성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과 권봉석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남형두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주주 환원을 위해 2024년 연간 주당 배당금을 650원으로 확정했다. 배당성향은 59.1%이며, 기 배당한 중간배당 250원을 제외한 400원은 다음달 지급될 예정이다. 또한 이사의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50억원으로 최종 승인했다.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선다. 홍 사장은 “LG유플러스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고 창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주주 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최대 60%까지 확대하고, 자본구조를 강화함과 동시에 연간 잉여현금흐름 수준을 고려한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