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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마일', 폭탄이 터져도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볼 만해?]


입력 2025.03.26 10:38 수정 2025.03.26 10:3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미츠시마 히카리·오카다 마사키 주연

세계 최대 쇼핑 플랫폼 데일리 패스트에서 출발한 택배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시작되는 '라스트 마일'은, 날카로운 사회적 문제의식과 휴머니즘을 함께 품은 서스펜스 스릴러다.


사건은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전, 관동 지역에서 발생한다. 고객의 문 앞에 도착한 택배 상자가 폭발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어 불특정 배송 물품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이어진다.


수사당국은 최대 12개의 폭발물이 추가로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발빠르게 수사에 착수한다.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도 배송을 멈추지 않겠다는 데일리 패스트의 방침 아래, 새로 부임한 관동 센터장 엘레나(미츠시마 히카리)와 베테랑 직원 나시모토 코우(오카다 마사키)는 함께 범인을 추적한다.


'라스트 마일'은 사건의 추적과 폭탄 해체라는 익숙한 장르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톤을 유지한다.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추럴', 'MIU404', '펜스', '바다에 잠든 다이아몬드', '슬로우 트레인' 등의 '노기 아키코 작가의 주무기인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 따뜻한 인간의 감정, 적당히 배치된 유머와 다정한 시선 덕분에 영화는 장르적 긴장과 감정적 몰입을 동시에 품고 간다.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건,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을 착취 당하는 시스템 고발이다. 제목인 '라스트 마일'은 택배가 고객의 집 앞에 도달하기 직전, 마지막 구간을 뜻하는 물류 용어로, 택배-물류-고객으로 이어지는 서비스의 이면에는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그 현실을 장르적 리듬 안으로 끌어들인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물건을 팔고 배송하기 위해 인간을 갉아먹는 시스템을 보여준다.


공장에서 부품처럼 반복되는 노동에 내몰린 물류 노동자들, 저가 택배 단가에 맞춰 계약한 하청 업체, 고령 인력을 무리하게 투입해 유지되는 지역 배송망까지 이 모든 장면은 픽션이 아닌 현실에 가까운 풍경이다. 이는 일본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구조다. 영화는 이를 정면으로 고발하기보다는 이야기 속에 조용히 스며들게 하며, 관객이 스스로 그 불편함을 마주하게 만든다.


'라스트 마일'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세계관의 확장이다. 이 작품은 츠카하라 아유코 감독과 노기 아키코 작가가 함께한 '언내추럴', 'MIU404'와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두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부검 연구소의 이시하라 사토미, 수사팀의 아야노 고와 호시노 겐 등이 익숙한 얼굴로 다시 나타나며,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이야기의 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종영한 드라마 속 인물들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숨쉬고 있다는 인상을 줘 반가움을 더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도착하는 세상, 그 ‘마지막 구간’에서 누군가는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달리고 있다. 영화는 "그 속도를 정말 원하는 건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26일 개봉. 러닝타임 128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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