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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공백 들이닥친 삼성, 새 리더십 체계 과제까지 안았다


입력 2025.03.26 12:19 수정 2025.03.26 13:03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수년째 위기설 흘러나오는 가운데 갑작스런 DX부문장 공석

DS(반도체)부문장과 나란히 균형 이뤄야 하는 중요한 자리

1인 3역 맡던 한 부회장 비보로, 당분간 경영 리더십 공백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 사옥 전경. ⓒ데일리안DB

몇 년 새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아온 삼성전자가 갑자기 새 리더십 체계 구축이라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지난 25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비보 때문이다. 사실상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한 부회장 원톱 체제로 전반 경영을 도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경영 리더십 공백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부회장은 세트(완성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전반을 담당하는 DA사업부장,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소 1인 3역을 담당했던 한 부회장의 별세로 해당 직책은 전부 공석이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로 예정됐던 한종희 부회장 주재 삼성 비스포크 신제품 발표회는 28일로 연기됐다. 불과 지난주까지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아시아 최대 가전 전시회인 상하이 가전 박람회 AWE 2025를 직접 방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던 한종희 부회장이 지난 25일 63세 젊은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다.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TV 전문가로 회사 TV사업을 19년 연속 세계 1위에 랭킹시킨 인물이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삼성맨이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DX부문장을 이끌었다. DX와 함께 삼성전자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끄는 DS(반도체) 부문장은 경계현 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된 바 있으나, 한 부회장은 자리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5월부터 한 부회장의 원톱 체제로 이어져오다 6개월 뒤 전영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되고 최근 주주총회에서 공식 임명되면서 대표이사 투톱 체제가 부활했으나, 한 부회장의 별세로 불과 6일만에 다시 1인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유고에 따라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로 변경됐다고 공시 절차를 마친 상황이다.


이에 최근 몇 년 동안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아온 삼성전자는 당분간 경영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함께 사업 근간을 이루던 가전 사업 전 분야의 수장이 공석이 되면서다. 한 부회장이 그간 회사에서 맡았던 직책들을 감안하면, 당분간 후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것이 업계 관측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주 주총 현장에서 AI홈 사업과 대형 인수합병 추진을 이어나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특히 한 부회장은 "올해는 보다 유의미한 M&A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삼성전자의 핵심 미래 과제로 꼽혔던 인수합병인 만큼, 당장 한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회사의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 사옥으로 추정되는 건물 입구 위에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특히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을 당부하면서 DX 부문의 품질 개선을 당부했다는 점에서도, 한 부회장의 공백은 회사의 위기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한 부회장의 별세로 회사 전체가 너무 충격에 빠졌다. 당장 후임 임명을 논의하긴 어려운 분위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선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이 한종희 부회장의 역할을 도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노 사장 역시 지난 2022년부터 사내이사를 겸임함과 동시에 스마트폰 분야 전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경훈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기존 사장급 임원이 겸임하거나 다른 계열사 사장급 및 경영 일선서 물러난 임원이 공석을 메우는 원포인트 인사 단행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한편 미국의 경제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의 위기상황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삼성전자가 AI 칩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이라며 "테크 업계에 AI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최근 몇 년 새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을 앞질러 엔비디아의 초기 공급업체가 됐고, 애플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했으며, TSMC는 첨단 칩 제조 분야에서 우위를 확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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