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취임 후 '서해수호의 날' 첫 참석
보수층 포석시도 우클릭 행보 재개한 듯
산불 현장 등 행보…경북서 '욕설 논란'도
野, '尹 탄핵' 헌재 압박↑…李 후방 지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대권 최대 고비였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마자 광폭 행보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전국구 일정으로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표는 2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2023년 당대표 당선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주재한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기습 공격과 도발에 맞서 서해바다를 수호한 영웅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보에 민감한 보수층 포석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재개했단 해석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6월 '천안함 자폭설'을 제기해 구설에 오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논란을 샀다. 특히 이 대표도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4년 11월 천안함이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연구 논문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천안함 음모론'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이같은 과거에 천안함 유가족들은 이 대표를 향해 "기념식 참석 전에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와 관련,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정부가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서해수호에 대한 굳은 의지를 규정했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도 당연히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국가가 결정한 것에 누구도 의심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엔 산불 피해 지역인 경남 산청군 산불현장지휘소를 찾아 산림항공본부 직원들로부터 현장 상황도 청취했다. 이후 산청군 화재 이재민 대피소인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을 방문해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대피소 운영 상황과 생필품 지원 등의 현황을 직접 챙겼다.
이 대표의 민생 행보는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이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 안동·의성·청송·영양군 산불 피해 현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 가운데 청송군 산불 피해 현장에서는 '욕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청송군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남성이 "자 기자회견하고, 이 대표랑 지금 불 끄러 갑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대표의 입 모양이 욕설을 내뱉으려다 참는 것처럼 보였다는 국민의힘 주장이 나오면서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발굴단은 이 대표를 촬영한 방송사 뉴스 영상 링크를 공유하며 "이 장면은 어제 유튜브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대표가 '씨-'라고 말하는 음성이 명확하게 들린다"며 "만약 욕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 이 대표는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병주 의원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발굴단에서 이 대표가 재난 현장에서 욕설하는 영상이 포착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제가 당시 이 대표 옆에 있었다. 욕설이 아닌 호흡을 하는 소리였다"며 "국민의힘은 이런 것조차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1야당 대표의 경북 민생 행보는 순탄치 만은 않았다. 경북 영양군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양군 지역 이재민으로부터 겉옷으로 얼굴을 가격 당한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당대표 수행실장인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오늘 경북 영양군 현장에서 외투를 사용한 분은 이재민으로 파악됐다"며 "경찰에도 선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전국을 순회하며 사실상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은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 선고를 압박하며 후방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달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전 현장 최고위회의에서 "헌법재판관들 눈에는 나라가 시시각각 망해가는 게 보이지 않는가"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헌법과 상식에 따라 판결하면 될 문제다. 오늘 바로 선고기일부터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 대해 "일단 다음주는 국회와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서라도 헌재의 신속한 선고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회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동안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지만, 헌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헌재는 오늘이라도 당장 선고 일자를 지정하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뿌리까지 흔들었던 윤석열을 신속하게 파면하라"고 압박했다.
박지원 의원도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지금 헌재의 행태를 보면 당나라 헌재같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헌재에 대해 온 국민이 산불과 함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만약 헌재가 다시 한번 다음 기일마저 연기할 경우 국민이 절대 묵과하거나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산림·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경북 북부 산불이 일주일 만에 모두 꺼졌다. 이번 화재로 안동 4명·청송 4명·영양 6명·영덕 9명·의성군 1명 등 경북에서만 2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는 29일엔 경북 영덕군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민생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