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관세는 5일부터, 국가별 관세는 9일부터 부과
한·미 FTA 사실상 사문화…‘리더십 부재’ 한국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은 34%, 일본은 24%의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주제로 행사를 열고 연설을 통해 “수십년 동안 미국은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친구와 적국 모두에게 약탈 당하고, 강탈당했다”며 “오늘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불리했던 무역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상호관세를 즉각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상호관세는 미국과 교역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의 일률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약 60개 국가에 대해선 차등을 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으로부터 국가별 상호관세 차트를 건네받은 뒤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했던 관세의 절반을 부과하겠다”며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상대국 관세율은 실제 관세가 아닌 해당국 정부의 보조금, 통화정책, 비관세 장벽 등을 인위적으로 종합한 관세율이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관세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비관세 장벽 등을 통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에 대해 67%의 관세를 부과해왔다”며 이에 대응한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해선 34%, 대만엔 32%, 유럽연합(EU)엔 20%, 베트남엔 46%, 인도엔 26%, 태국엔 36%, 스위스엔 31%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는 35%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이 ‘최악 국가’에 기본 추가 관세 10%를 부과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기본 관세는 5일, 국가별 관세는 9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그는 특히 연설에서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엄청난 무역 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에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비난했다.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의 사실상 유일한 예외는 멕시코와 캐나다, 미국 간의 USMCA 자유무역협정을 준수하는 제품이다. 북미에서 제조되는 미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1년 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기존의 20%에서 35%로 상향됐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발표는 지금까지 중국 등 일부 국가, 철강 등 일부 품목이 대상이었던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됐음을 뜻한다. 중국에 이어 EU 등도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자유무역 기반이었던 기존 글로벌 통상 질서가 급변할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가적 리더십 공백 상태인 상황에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인 한국의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보다 10.4% 증가한 1278억 달러였고, 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