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역수출’ 사례로 꼽히는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어뢰 배트’ 위력 앞에 무너진 것일까.
켈리는 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해 3.2이닝 9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9실점, 시즌 평균자책점이 10.00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9일 시즌 첫 등판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켈리는 시카고 컵스 타선을 상대로 5.1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은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1회 벤 라이스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코디 벨린저에게는 볼넷을 허용했고, 애런 저지를 상대로 던진 패스트볼은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정도의 빠르면서도 큰 타구였다. 이후에도 1점을 더 내준 켈리는 1회에만 2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2회를 실점 없이 넘긴 켈리는 3회 또 홈런을 얻어맞았다. 1사 1루에서 그리샴에게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타자들의 활약으로 스코어를 3-6까지 좁혔지만 켈리는 계속 흔들렸다.
4회 1사 후에도 볼넷에 이어 적시타를 허용한 켈리는 재즈 치좀 주니어를 상대로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또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4회를 마치기도 전에 3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켈리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양키스의 타선이 너무 셌다. 양키스는 개막 6경기에서 무려 2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양키스 이전에 개막 6경기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은 팀은 없다. 무시무시한 MLB 신기록이다.
현지 매체들은 “양키스 타자들이 즐겨 쓰고 있는 ‘어뢰 배트(torpedo bat)’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평가한다.
어뢰 배트는 MLB 시즌 초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일반적인 배트는 배트 위로(끝으로) 갈수록 무게가 실리는 구조인데 어뢰 배트는 손잡이 쪽으로 ‘스윗 스팟’을 약 6인치 끌어내려 배트 가운데 부분이 불룩 튀어나왔다. 외형이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어뢰를 닮아 어뢰 배트로 불린다. 야구공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방망이 부분을 가장 무겁고 두껍게 만든 배트다.
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에런 린하트 마이애미 필드 코디네이터 머리에서 나온 배트다. 지난 2018년 양키스에서 앤서니 볼피 등 타자들의 스윙을 분석하며 데이터화 하다가 지난해 어뢰 배트를 내놓았다.
양키스는 어뢰 배트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홈런왕 출신의 저지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벨린저-골드슈미트-치좀 주니어-오스틴 웰스 등이 어뢰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홈런왕 출신의 스탠튼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어뢰 배트의 효과(14경기 7홈런)를 체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배트 무게가 아래로 쏠려 타자들의 팔꿈치 부상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공교롭게도 스탠튼은 팔꿈치 부상으로 부상자명단(IL)에 오른 상태다. 하지만 스탠튼은 “복귀 후에도 어뢰 배트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KBO리그 A구단 전력분석원은 “과학의 힘을 등에 업고 투수 쪽은 구속이나 구종 등에서 놀라운 혁명이 일어났지만, 타자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효과가 덜하다. (KBO리그 규정상 올해 도입할 수 없는)이 배트가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