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이정현 시작으로 속속 출사표
김문수·유정복·이철우 9일 출마 선언
한동훈 10일·홍준표 14일 출정식 예정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경쟁 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조기 대선 일정이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그간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내지 않거나 물밑 행보만 해온 잠룡들이 속속 등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발족으로 대선 후보 선출 작업을 본격화 한 이튿날인 8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나란히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의원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4번째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도와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를 했던 사람으로서 깊은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며 "계엄은 잘못된 것이었고 헌법재판소 판결에 명백하게 나타난 것처럼 재판관 전원의 위헌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보다 깨끗하고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적임자이자 중도 소구력이 가장 큰 후보"라고 소개하며 "이길 수 있는 후보, 당선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달라"고 호소했다.
안철수 의원은 그러면서 '시대 교체'와 '국민 통합'을 화두로 던졌다. 안 의원은 △개헌으로 대통령 권한 및 국회 특권 축소,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중대선거구제 추진 △신(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국가적 투자 △연금·교육·노동·의료·공공 5대 개혁을 통한 저출생 문제 해결 △외교-안보-경제안보 3축 혁신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정현 전 대표도 '개헌 대통령'을 자처하며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현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과 국회만 발의할 수 있는 개헌안을 1000만명이 서명한 국민 청원을 통해 사실상 국민 헌법안을 발의하겠다"며 "집권자의 의지나 국회 다수당의 일방 추진 개헌이 아닌 사상 최초로 국민의 의지가 담기고 국민이 추진한 국민헌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보수 잠룡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직을 내려놓고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했다.
김문수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장관 이임식에서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대선에 나서고자 한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통령은 궐위되고, 민생은 고단하고,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지금이야말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김문수 장관은 오는 9일 오전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에 앞서서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사무총장 등 당지도부를 예방하고 입당 인사를 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극동VIP빌딩에 대선 캠프를 마련했다.
9일엔 유정복 인천광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대권 도전을 선언할 예정이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아래에서, 이철우 지사는 구미에 소재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뒤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다.
국민의힘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한동훈 전 대표도 대권 도전 공식화 일정을 확정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오는 10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출사표를 던진다. 출마 선언 장소로 국회 본관 앞을 택한 건, 그가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앞장섰던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조기 대선 여부가 확정되기 전엔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 대학생 강연으로 사실상 대권 행보를 해왔다. 한 전 대표는 국회 앞 대하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건 아니지만, 이날 국회 앞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 측은 "이번 주 안에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오는 14일 국회 앞 대하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출정식을 연다. 그는 오는 11일 시장 퇴임식을 갖는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경선 전략 따로, 본선 전략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대선이 두 달밖에 안 남았다. 나는 경선을 보고 뛰는 게 아니라 본선을 보고 뛴다"며 "이재명 정권, 홍준표 정권 양자택일을 국민들에게 묻겠다"고 자신했다.
경제 전문가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경선 참여 결단을 굳히고 금명간 복당계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도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출마를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