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9일 종투사 CEO 간담회…'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 공개
기업 자금 공급 '질적 개선' 모색 차원…종투사 모험자본 2.23%에 그쳐
발행어음 조달액 25% 모험자본에 투자해야…부동산 비중은 낮추기로
연내 '1호 IMA' 나올 가능성…건전성 관리 강화도 함께 추진
자본시장 선진화와 밸류업을 추진 중인 정부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면서 최고 7~8% 연 수익을 낼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8년 만에 제도를 손질해 IMA로 확보한 자금을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종투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진행하며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공개했다.
기업 자금공급과 관련해 '양적 개선'은 성과가 있었지만, 기업을 선별하고 고위험을 감내하는 '질적 개선'은 미흡하다고 보고 제도 보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종투사 총자산 가운데 모험자본 비중은 2.23%에 불과했다. 모험자본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벤처캐피털(VC) 등 '대기업 외 투자'를 뜻한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은 ①종투사 운용규제 개편 ②종투사 지정 ③증권업 제도 정비 ④건전성·유동성 관리 강화 등 4가지 사안을 골자로 한다.
우선 종투사 운용규제 개편과 관련해선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를 조정·확대하는 방안 ▲모험자본에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를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방안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를 구체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키로 했다.
종투사는 일반 증권사와 달리 자기자본의 100% 외에도 중소기업·투자은행(IB) 업무 신용공여에 한정해 추가로 100% 이내의 기업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기업자금 공급과 거리가 있는 금융회사 대상 신용공여는 제외하고, IB 핵심 업무 분야인 인수합병(M&A)·구조조정·중견기업 등과 관련한 신용공여에 대해 추가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발행어음 관련 규제 역시 모험자본 공급 강화 측면에서 개편된다. 현재 발행어음 조달액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26년부터는 발행어음 조달액의 10%를, 2027년에는 20%를, 2028년부터는 25% 이상을 국내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에 투입되는 규모는 현행 최대 30%에서 2026년 15%, 2027년 10%로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에 허용되는 IMA 사업자를 이르면 연내 지정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IMA는 금융당국이 2017년 초대형 IB 육성 정책 일환으로 도입했지만 실제 사례는 전무했다.
종투사는 증권사 대형화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기업신용공여(3조원) ▲발행어음(4조원) ▲IMA(8조원) 등 신규 업무가 단계별로 허용된다.
IMA의 경우, 투자자는 원금을 보장받으며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고, 증권업계는 대규모 고객 예탁금을 조달해 기업 대출 등 다양한 투자처에 뛰어들 수 있어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으로 신청 조건을 갖춘 상태라 조만간 1호 IMA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원금 지급 의무를 명확히 하고 폐쇄형·추가형, 만기·성과보수 등 자유로운 상품 설계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금 지급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발행어음(200%)과 IMA(100%)의 자기자본 통합 한도(300%)를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손실충당금은 IMA 운용자산의 5%를 고유재산으로 우선 적립하고, 5% 이상 평가손실 발생 시 추가 적립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종투사 지정과 관련해선 현행 요건에 따라 올해 추가 지정에 나서되, 지정요건을 개선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적극적인 해외진출·기업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파생결합증권·사채의 건전성 관리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는 대부분 시행령·규정 개정사항"이라며 "금년 2분기 중 예고해 연내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신용공여 범위와 관련한 일부 법률 개정사항은 하반기 중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며 "금번 제도개선 방안에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지 못한 연결 자기자본비율(BIS) 개선방안은 3분기, 건전성·유동성 관리 강화 방안은 6월 중 최종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