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벤치와 플레이…‘타이중 참사’ 불렀다
찬스 때마다 주루수, 어이없는 실책
이에 대처하지 못한 미숙한 벤치
그야말로 ‘타이중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졸전이었다. 우승을 향해 정조준했던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결선무대는커녕 본선 2라운드도 밟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최종전 대만과의 경기서 3-2로 승리했다.
하지만 한국은 2승 1패를 거두고도 조 3위에 머물러 2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으로 떠날 수 없게 됐다. 한국이 속한 B조의 최종 순위는 대만-네덜란드-한국-호주 순으로 최종 확정됐다.
최대한 많은 득점과 최소한의 실점을 필요로 했던 대표팀이지만 대회 기간 내내 지적되던 타선의 침체가 끝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날 대표팀은 9안타를 몰아쳤지만 8회 3득점 과정에서 뽑아낸 3안타를 제외하면 모두 산발에 그치고 말았다.
득점의 물꼬를 터줘야 했던 이용규는 3타수 무안타로 부진, 1~2차전에서의 활약을 무색케 했고 5번으로 나선 김현수는 삼진을 3개나 당하며 어렵게 찾아온 찬스를 제 발로 차버리고 말았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이를 대처하는 벤치의 움직임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네덜란드전에서 실책을 무려 4개나 쏟아내며 자멸하고 말았다. 게다가 위기를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계투진도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굳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허용했다.
질 때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한판이었다. 실제로 대표팀은 7회 2실점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며, 적극적인 대타 기용 등 류중일 감독의 작전지시가 좀 더 활발했다면 최소한 1점 이상을 따내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결국 네덜란드전 패배는 이번 ‘대만 참사’의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느슨한 플레이는 이번 대만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정근우는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3루로 뛰다 아웃되고 말았다. 선취점이 절실했던 상황에서 2루까지의 진루면 충분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웃카운트는 2아웃이었고, 타석에는 4번 타자 이대호가 유리한 볼 카운트(3볼-1스트라이크)를 맞이하고 있었다.
벤치의 미숙함은 9회초에도 이어졌다. 9회 시작과 동시에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하려던 류중일 감독은 이미 심판의 플레이 신호로 인해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시간을 좀 더 끌거나 볼 하나를 빼면 충분히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정중앙에 공을 꽂아 넣은 장원삼은 애 먼 2루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다시 한 번 벤치의 움직임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래도 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철벽 마무리임을 재확인한 오승환을 비롯해 네덜란드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던 윤석민과 대만전에서 투런포를 쏘아 올린 강정호는 국제무대용 선수로 발돋움했고, 이승엽과 이대호는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한편, 야구 대표팀은 6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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