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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의 무하마드’ 김연아 전율 블록버스터


입력 2013.03.18 00:57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알리 펀치급 속도에 영감과 정확성까지

살아있는 '피겨 교본' 손색 없어

김연아가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다시 한 번 ‘피겨의 진수’를 보여줬다.

'신이 빚은 복서’ 무하마드 알리(71)는 전성기 1초에 8번 주먹을 날릴 정도로 펀치 속도가 빨랐다.

분야는 다르지만 '피겨퀸' 김연아(23) 역시 1초에 수가지 전신 안무를 선보인다. 더욱 놀라운 점은 머리·몸통·하체가 각기 움직여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는 사실이다.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즈 가든서 벌어진 ‘2013 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레미제라블)에서 기술 74.73점, 프로그램 구성 73.61점 합산 148.34점을 받았다. 지난 15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69.97점을 받아 1위에 올랐던 김연아는 최종 합계 218.31점으로 197.89점에 그친 ‘코피 투혼’ 코스트너를 제치고 2009년 대회 이후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했다.

코스트너보다 무려 20.42점이나 앞선 점수고 유일하게 200점대는 물론 210점대도 넘었다. 모든 기술에서 가산점(GOE)이 나왔다. 가장 낮은 GOE도 0.79점이었고 1.90점까지도 나왔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가 등장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아낌없이 환호성을 보냈다. 관중석 곳곳에 태극기도 휘날렸다.

김연아의 4분여 프리스케이팅도 쇼트 프로그램처럼 물 흐르듯 지나갔다. 해외반응도 뜨겁다. 외신 기자는 “탄탄한 기승전결로 구성된 레미제라블 '단막극'을 본 기분”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을 시작으로 플립, 러츠, 살코, 더블 악셀 등 모든 기술을 민첩하게 소화했다. 이어 레이백 스핀에서 레벨3, 콤비네이션 스핀 레벨4, 스텝 시퀀스 레벨4를 받는 등 완벽 연기로 전 세계에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김연아가 도전자와 차별되는 특징도 여기에 있다. 모든 고난도 동작이 전광석화 같다. 단순히 기민함을 넘어 속도 안에 정확성과 영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도전자들이 팔 한 번 휘두를 때, 김연아는 팔 뿐만 아니라 전신을 활용, 음악에 어울리는 동작을 구사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율 블록버스터’에 비유한다. 몇몇 선수들의 프리스케이팅은 지루한 반면, 김연아 연기는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금메달’ 사라 휴즈도 지난 2009년 트위터를 통해 “프리도 쇼트처럼 소화하는 선수는 드물다. ‘강렬한 여운’이 남는 다이내믹 김연아야말로 피겨의 교본”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속도에 정확성을 더한 무하마드 알리가 권투의 교과서인 것처럼, 김연아 또한 숨 쉬는 피겨 교본으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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