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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침대축구도 울고 갈 ‘한국 동네 축구’


입력 2013.06.05 08:16 수정 2013.06.06 10:4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레바논, 전반 초반 선취골 터지자 '침대 축구'

'한국 동네 축구'로 상대 시간끌기 부추겨

레바논은 선취골 이후 침대 축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 MBC 중계화면 캡처

말 그대로 졸전이었다.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 기세를 꺾어버린 한국의 ‘동네 축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5일(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레 차몬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레바논과의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의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로 가까스로 1-1 비겼다.

이로써 3승2무1패(승점11)가 된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동률을 이룬 가운데 골득실에서 앞선 B조 선두로 올라섰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에는 이란(승점 10)과 최종전을 갖는다.

이날 대표팀은 슈팅이 3개나 골대에 맞는 불운은 물론 엉성한 패스로 레바논 골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괴멸에 가까운 수비라인의 불안은 공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 이날 레바논의 침대 축구는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도 그럴 것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 아래인 데다 내부적으로도 악재가 연달아 터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바논 감독은 경기 전 “레바논이 한국을 이길 수는 없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더욱 큰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레바논의 침대 축구를 부추겼다. 실점은 다소 이른 시간인 전반 12분에 나왔다. 경기 시작부터 불안하던 오른쪽 측면이 끝내 뚫렸고, 코너킥에 이은 위기서 마툭에 선제골을 내줬다. 당시 한국 수비수 8명은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후부터는 침대 축구의 향연이 시작됐다. 예상대로 레바논 선수들은 가벼운 접촉에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했고, 덧없는 시간만 흘렀다. 한국은 실점 후 주도권을 움켜쥔 채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침대 축구의 시간 지연으로 맥이 끊기기 일쑤였다.

물론 레바논은 무리한 침대축구로 제 꾀에 빠졌다. 후반 들어 노골적으로 시간 지연을 하는 바람에 추가 시간이 크게 늘어났고,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질 수 있었다. 급기야 레바논은 이스마일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불상사까지 겹쳤다.

중동 국가들의 침대 축구는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조금만 신체접촉이 있어도 쓰러지는 것은 물론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것이 다반사다. 볼이 밖으로 나가면 갑자기 축구화 끈을 고쳐 매고, 심지어 의료진이 투입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역습으로 골을 만드는 것이 침대 축구의 공식이다.

다행히 레바논은 그들의 실력만큼이나 덜 완성된 침대 축구를 선보였다. 침대 축구의 초고수로 불리는 이란 등 중동 강호를 만났더라면 보다 더한 참사를 맞이했을 수도 있는 한국의 ‘동네 축구’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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