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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탈락?' 감당 못할 도미노 현상


입력 2013.06.11 11:12 수정 2013.06.11 14:3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남은 2경기서 반드시 1승..월드컵행 확정해야

월드컵 탈락, 한국축구 시스템 전체 붕괴 우려

레바논전 졸전으로 가시밭길 걷게 된 최강희호. ⓒ 연합뉴스

8회 연속 FIFA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한국이 탈락한다면, 그 후유증을 감당할 수 있을까.

2경기 남겨두고 있는 현재, 한국은 3승2무1패(승점11 골득실+6)로 우즈베키스탄(승점11 골득실+2)과 이란(승점10)에 간신히 앞선 조 1위다.

향후 일정은 오히려 불리하다. 우즈벡과 이란이 각각 홈에서 약체 카타르, 레바논과 경기를 앞두고 있어 승점3 추가가 유력하다. 반면, 한국은 강호 우즈벡-이란과 홈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티켓을 잡기 위해서는 남은 2경기에서 최소 1승은 올려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경기력을 떠올릴 때, 고전을 예상한다.

한국은 선발명단의 잦은 교체로 조직력에 금이 갔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자국 리그 명문 분요드코르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 조직력이 탄탄하다. 이란 역시 케이로스 감독 지휘 아래 견고한 방어진(6경기 2실점)을 구축했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에 밀려 조 3위를 한다면 두 번의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자칫 2연전을 망칠 경우,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혹자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불안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 차라리 탈락하길 바랐다. 저조한 경기력으로 본선 가서 망신당할 바엔 차라리 4년간 착실히 준비해 한국축구 고질병을 뜯어고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월드컵 탈락이 불러올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탈락한다면 한국축구 시스템은 도미노처럼 쓰러질 확률이 높다. 당장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의 지원이 줄어들게 된다. 후원사 지원이 줄면 스폰서를 통해 유소년 정책에 힘써온 대한축구협회가 예산문제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월드컵 주관 방송사도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축구의 국제적 위상도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브라질월드컵에 극동 아시아 중 일본만 진출한다면, 세계 속 극동 축구 중심이 일본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유럽파 배출 숫자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선진축구 시스템을 경험하지 못하면 전술적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월드컵 대회만큼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원이 시들해지고 자신감마저 잃게 되면 월드컵 본선 무대 한 번 밟기가 정말 어렵다.

‘1994 미국월드컵 4강 신화’ 불가리아가 그랬다. 지원 부실과 인재유출(타 종목)로 세대교체에 실패한 불가리아는 2002, 2006, 2010 3회 연속 월드컵을 밟지 못했다.

선수층 얇은 터키 또한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취한 나머지 세대교체에 실패, 2006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서 탈락했다. 후폭풍은 매서웠다. 2010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마저 탈락하자 국민적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스폰서는 교체됐고 터키 축구협회는 예산문제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과 계약해지했다. A매치 평가전 주선도 어려워 2010년 한때는 자국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치렀을 정도다.

‘1966년 월드컵 8강’ 북한 역시 44년 동안 암흑기를 거쳤다. 한국도 1954 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역예선 탈락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남은 2연전이 남길 파급효과는 그만큼 어마어마하다. 특히,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레바논전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면, 선수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18일 이란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선수 개개인의 자존심이나 전술 실험 등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카드를 내밀어야 할 순간이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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