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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가는 길 ⑭] '개헌론' 띄우며 몸 푸는 이낙연…대권 가능성은


입력 2025.03.23 08:00 수정 2025.03.23 08:0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尹 계엄 사태' 이후…'정책적 감각' 주목

민주당 적통·호남 지지, 안정·도덕성 강점

'왜 이낙연이어야 하는가' 국민 설득력 미진

'민주당 복당' 불리한 정치 환경…대권 숙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2024년 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했으면 한다. 현재의 대통령제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집중된 최고 권력을 잡을 수도 있도록 돼 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해 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이 24년 동안 몸담고 지켜왔던 민주당을 떠나며 "현행 제도를 고쳐, 대통령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금 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비상계엄사태'에 대한 후폭풍으로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조기 대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7~18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선거권이 상실될 경우를 가정해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이 상임고문은 14.9%의 지지율을 받으며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가장 높은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상임고문은 전 권역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른 후보들을 앞섰다. 권역별로 이 상임고문 지지율은 △서울 13.4% △인천·경기 14.6% △대전·세종·충남북 14.2% △광주·전남북 17.8% △대구·경북 15.3% △부산·울산·경남 16.4% △강원·제주 13.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기득권 세력'이라 규정하며 창당한 대안 정당, '새미래민주당'이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지지율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계엄 사태로부터 1년여 전인 이 상임고문이 예측했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려하면 그의 정책적 감각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단 분석도 나온다.


4·10 총선 참패 후 잠행을 이어온 이 상임고문은 지난달부터 '개헌론 띄우기'에 나서며 본격적인 정치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야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18일 대구 중구 YMCA카페에서 열린 헌법개정 대구경북결의대회에서 '조기 대선시 출마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에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며 "출마할지 말지를 포함해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심하겠다"고도 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18일 대구 중구 YMCA카페에서 열린 헌법개정 대구경북결의대회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이 상임고문의 힘은 '신뢰도와 안정감'에서 나온다.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당대표까지 역임하는 등 그야말로 대통령만 빼고는 다 해봤다고 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동아일보에서 민주당을 출입하던 시절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 상임고문이 회견장에 오기 전까지는 기자회견도 시작하지 않았을 정도로 애정을 듬뿍 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김 대통령에 의해 현실정치에 직접 발탁된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호남인의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민주당이 분당(分黨)되는 아픔을 겪었던 노무현 정부 때에는 민주당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 탈당파가 열우당을 만들었다가 중도통합민주당 등을 거치며 돌고돌아 민주당으로 되돌아온 여정을 반추하면 결국 이 상임고문의 선택이 옳았다.


'3기 민주당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민주당의 '적통(嫡統)'이라 불리기에 과연 손색이 없다.


호남을 기반 삼아 오래 정치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으로 전남 함평·영광에서 첫 당선된 이래 내리 4선을 했고, 전남도지사에도 당선됐다.


이렇게 오래 호남에서 정치를 해온 것 치고는 현 지지세가 튼실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전남도지사를 지내던 때에 예산을 받아먹고 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비를 마구 뿌리면서 세력 구축에만 골몰했더라면 지금쯤 일가를 이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고문은 그런 길을 걷지 않았다.


그럼에도 광주·전남은 이 상임고문이 2021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맞붙어 유일하게 승기를 가져온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이 상임고문의 득표율은 47.1%, 이 후보의 득표율은 46.95%로 2위였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고문의 안정적인 행정가형 이미지는 어수선한 현 시국에서 국민들에게 강렬한 매력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고 바라보고 있다. 쉽게 변하지 않고 예측가능한 안정적인 정치를 하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변화 지향적인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지지층 사이에 적지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낙연 정권은 이 세상을, 민생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나 이미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과거와 달리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이낙연이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와닿게 할 수 있는 '슬로건'이 무엇이냐"며 "이 시점에 '왜 이낙연이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강력한 슬로건과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과 호남이라는 전통적 가치에 갇혔을 뿐 그 이상 유력한 대선주자가 되기에는 명확한 드라이브가 부재하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특히 '민주당 탈당'으로 인한 약점이 크게 잡힌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배신자 취급을 받는 상황이 이 상임고문에게는 큰 상처가 됐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 총선 때부터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사람이다. 그만큼 정책적 역량이 대단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복당되지 않는 한 유력한 대선주자가 되기엔 정치 환경이 불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낙연을 민주당에서 끌어안는다고 하면, 호남의 지지를 몇 퍼센트라도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쁜 카드가 아닐 수 있다"며 "또 정권교체가 된 상황이라면, 이 상임고문은 민주당에 복당해 '포스트 이재명'을 구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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