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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만이 할 수 있었던 '왔다! 장보리' 연민정


입력 2014.10.13 17:48 수정 2014.10.13 17:51        부수정 기자
'왔다! 장보리' 마지막회 연민정 ⓒ MBC

이쯤되면 '천의 얼굴'이다. 12일 종영한 '왔다! 장보리'는 이유리의, 이유리에 의한, 이유리를 위한 드라마였다.

이날 마지막회에서는 연민정(이유리)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국밥을 팔며 억척스럽게 사는 모습이 그려졌다. 극 중반부에서 이유리는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 속 민소희를 패러디한 점 찍고 돌아온 연민정으로 분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 하는 도씨(황영희)가 동네 개를 '민정이'라고 부를 때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팔색조 연기였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뽀글뽀글 파마 머리도, 청순한 긴 생머리도 이유리가 하니 어색하지 않았다.

다양한 표정 연기도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가 맡은 연민정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악행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연민정의 악행이 심해질수록 시청률을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시청자들은 "'왔다! 연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유리보다 연민정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할 정도다. 사실 이유리가 연민정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잘 소화하리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유리에게 관심을 갖는 취재진은 별로 없었다. 대신 주연 배우 오연서와 김지훈에게 관심이 쏠렸었다. 이유리는 당시 조곤조곤한 말투로 "'왔다! 장보리'는 심한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소신을 전한 바 있다.

얌전한 이미지를 그는 데뷔 후 줄곧 착한 캐릭터만 맡아왔다. 어여쁜 이유리의 얼굴과 꽤나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그러다 MBC '반짝반짝 빛나는'(2011)의 악역 황금란을 맡으면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후 tvN '노란 복수초'(2012)에서는 '복수의 화신'으로 분했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왔다! 장보리'에서는 '악역의 끝'을 보여주며 지나가는 시민에게 욕을 듣는 일화도 생겼다.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다는 소리다. 연민정은 지독한 악인이지만 상처 많은 캐릭터다. 가끔씩 불쌍한 척하는 표정은 연민을 느끼게 한다. 악역임에도 미워할 수 없고, 또 중독된다.

'착하게 생긴' 이유리가 맡아서 캐릭터는 날개를 달았고, 이로 인해 드라마는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유리, 연기대상 꼭 받아야 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2001년 데뷔한 그는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작품 활동을 했다. 문지상 역의 성혁은 "이유리는 신인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그의 연기 내공이 막장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만든 것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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