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등 임단협 난항
노사 관계 무게추 노조로 기울 가능성 우려
현대차,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등 임단협 난항
노사 관계 무게추 노조로 기울 가능성 우려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주요 기업들의 노사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강성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일부 기업들은 임단협 등 주요 사안에서 진통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오는 11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단협 4차 교섭을 열고 노조 요구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년보다 1개월 이른 지난달 20일 임단협 상견례를 가진 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친환경차 관련 설명회, 자동차 경영환경 설명회 등 주로 사측의 현황설명 위주로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이번 4차 교섭부터 노사간 입장차가 큰 임단협 요구안을 놓고 ‘본게임’에 접어들면서 치열한 논쟁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회사가 지난해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영업이익률이 2006년 이후 최저치인 5.5%까지 떨어지는 등 경영악화를 겪은 가운데,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를 넘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상여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비노조원인 임원들은 연봉 10%를 반납했고, 과장급 이상 직원은 연봉이 동결됐지만 노조는 기본급 7만2000원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350%에 330만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노조는 국내공장의 가동률을 더 떨어뜨리는 ‘노동시간 단축’ 요구안도 내놓았다. ‘완전한 8시간+8시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이 이번 임단협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주간 2교대제의 1조와 2조 근무시간을 기존 8시간+9시간에서 8시간+8시간으로 전환했지만 물량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연장근무를 수시로 실시해 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연장근무는 노조의 장기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만회 차원에서 불가피했었다.
하지만 노조는 앞으로 회사측의 생산 수요와는 무관하게 연장근무를 없애는 완전한 8시간+8시간 근무제를 요구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 고용보장’, ‘특판팀 해체’ 등 무리한 내용도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고용보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공장이 자동화돼 공장에 인력 수요가 감소할 상황이 되더라도 고용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놓겠다는 것이다.
특판팀은 현대차 본사에서 대기업 법인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임원인사 등의 시기에 영업력을 집중해 판매를 늘리는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노조는 특판팀이 판매조합원들의 실적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보고 특판팀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지엠은 아직 올해 임금협상 교섭에 착수하지 않았지만 노조는 지난달 26일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안을 마련한 상태다.
한국지엠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액이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이유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두 회사 노조의 교섭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낸 한국지엠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금액인데다, 회사별 상황을 무시하고 산별노조 차원에서 동일한 인상액을 요구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지엠 노조는 또 공장별 차종생산 시기 확약, GM 본사 차량 수입 판매 금지, 직급 및 임금체계 통합 등 회사 경영권과 관련된 부분까지 요구사항에 넣고 있어 앞으로 교섭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착수는 고사하고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하지 못한 형편이다.
노사는 지난달 20일 78차 교섭에서 회사 분할 등에 대한 공방을 벌이다 정회한 이후 본교섭은 재개하지 않고 실무협상만 진행 중이다.
회사측은 지난달 1일부로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엔진),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사로 분할했지만 노조 측은 여전히 분할을 동의하거나 인정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금인상안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회사측은 조선 업황 부진을 이유로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10만원과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해 월평균 1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수용 불가 입장이다.
노조는 기존 통상임금 전환액과 호봉승급분을 제외하면 임금이 동결되는데다, 올 한해 직원 고용을 보장하는 대가로 기본급의 20%를 반납하는 내용이 회사측 제시안에 담겨있는 데 대해 반발하며 2018년 말까지 2년간 고용보장과 성과급 3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진보성향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앞으로 교섭에서는 노조 측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공약에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철폐 등 친 노조 성향의 공약을 내세웠었다. 지난달 24일에는 문재인 캠프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축이 된 조선업종노조연대간 정책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조만간 실시될 내각 구성에서 문재인 정부의 새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친 노동계 성향의 인사가 임명될 경우 향후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노조 편향적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중 하나로 노동계 출신 정치인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임단협 등의 문제는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해결돼야 한다”면서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친 노동계 성향이라면 아무래도 노사 갈등이 발생할 때 노조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