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 산업계, 쟁점 급부상..."기업경영 타격 우려"
일방통행식 정규직 전환, 현실과 괴리 커...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정규직 요구로 노-노 갈등 우려도...중기 어려움 더욱 가중될 듯
일방통행식 정규직 전환, 현실과 괴리 커...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정규직 요구로 노-노 갈등 우려도...중기 어려움 더욱 가중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 전환 검토에 들어가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아직 공공부문에 국한되고 있지만 향후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15일 공공부문에서 시작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면 비용 부담에 따른 기업 경영 타격과 함께 채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원칙을 재천명한 것으로 아직 민간부문에서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긴 하지만 이후 민간부문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회사는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 또는 계약 종료를 해야 한다.
법 취지는 계약기간 내 성과가 좋은 인력들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것이었지만 대부분 2년으로 계약 종료 후 다른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새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법의 취지대로 정규직 전환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방침 하에 우선 공공부문에서부터 이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재계 "고용형태 단일화·경직성 증가...채용시장 악영향"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커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332개 공공기관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101곳에 불과할 저도로 적자가 심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방침이 민간 기업들로 확산되면 기업 경영과 투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력 채용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신규 채용 감소는 불 보듯 뻔 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인력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고용 창출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법제연구실장은 “과거와 달리 경기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단일화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정규직 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100% 정규직화를 강제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키워 채용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더 많은 좋은 일자리’인 만큼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 감소는 청년 실업률을 크게 높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현재도 고용 경직성이 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투입을 금지하고 전면 정규직화를 강제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규직은 한 번 채용을 하고 나면 불황에도 고용을 유지해야 해 처음부터 전체 인력구조를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서령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자리를 채우면 신규 채용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청년층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 요구 봇물 '노-노 갈등' 예고...중기 비용 부담 급증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선언을 계기로 벌써부터 대학조교, 집배원, 급식보조원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자동차와 조선 등 비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의 경우,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 요구를 놓고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갈등을 빚는 등 노-노 갈등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인력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자본여력이 적은 상황에서 대규모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체로 대기업의 일감에 따라 비정규직의 일시적인 증감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를 단순히 정규직 전환으로 해결하게 되면 되려 기업경쟁력만 감퇴하고 고용시장의 경직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 차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축소보다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접근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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