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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남자” 패배 인정한 이승우의 품격


입력 2017.05.31 08:00 수정 2017.05.31 15:17        천안종합운동장 = 김평호 기자

16강 패배로 아쉬움 속 U-20 월드컵 마무리

상대의 선전 바라는 성숙한 모습도 보여줘

30일 오후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전에서 3-1의 스코어로 한국이 패배한 가운데 이승우가 승리한 포르투갈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져서 너무 아쉽다. 2년 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떠올라 너무 후회되고 슬프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승우는 담담했습니다. 평소 승부욕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이승우지만 이날은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승우는 이번 U-20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부터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았습니다. 포르투갈을 상대한 16강에서도 홀로 분전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결국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승우에게 16강 탈락이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이승우는 2년 전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본바 있습니다. 당시 이승우는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도 무득점에 그쳤고, 벨기에와 16강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덧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아픈 기억이 늘어나고 있는 이승우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그도 좀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우는 “승리한 포르투갈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있길 바란다”고 상대를 존중하는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붉어진 이승우의 눈에서 감출 수 없는 승부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승우는 울지 않았습니다. 같은 바르셀로나 유스팀 선배 백승호가 그라운드에서 16강 탈락의 아쉬움에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이승우는 오히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30일 오후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전에서 이승우가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승우는 “비록 졌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싸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더라도 이겨 내야한다”며 “그게 진정한 남자”라고 강조했습니다.

후회스러운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승우는 “후회되는 점은 없다. 90분까지 최선을 다한 동료 선수, 코칭스태프에 감사드릴 뿐”이라며 “U-20 월드컵은 단 한 번밖에 없는 대회다. 값진 시간을 보내고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축구를 만들어주신 신태용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 못지않게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이승우 본인이었을 것입니다. 경기 내내 침착함을 유지했던 이승우도 한국의 막판 추격이 전개되던 후반 40분 파울을 선언 당하자 심판 판정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제시키기 위해 다가온 팀 동료 이상헌의 손길을 뿌리칠 정도로 이승우에게 분명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승우는 힘든 현재보다 밝은 미래를 바라봤습니다.

“만족은 못하지만 가능성은 봤다”는 인터뷰를 끝으로 버스로 향하는 이승우. 그의 축구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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