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한미 FTA 재협상 압박…자동차 '여유'·철강 '설상가상'


입력 2017.07.03 06:00 수정 2017.07.03 11:26        박영국·이홍석 기자

무역업계 "미국도 수혜 큰 만큼 전면 재협상 어려울 것"

자동차 "대미 수출과 무관"…철강 "FTA 재협상 없어도 규제 심해"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무역업계 "미국도 수혜 큰 만큼 전면 재협상 어려울 것"
자동차 "대미 수출과 무관"…철강 "FTA 재협상 없어도 규제 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언론 발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앞으로 상황 전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실제 전면적인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FTA 재협상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합의 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부도 이번 정상 공동 선언문에 FTA 재협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측 의도를 파악해 대응 반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역업계 "FTA로 한미 양국 모두 수혜…전면 재협상 없겠지만 예의주시"

무역업계에서는 그동안 FTA를 통해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산업계도 큰 수혜를 봐왔던 만큼 설령 재협상을 진행하더라도 큰 틀을 뒤바꾸기는 힘들 것이며, 기껏해야 특정 업종의 세부 조항을 일부 손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2016년간 세계 교역은 13.0% 감소한 반면 한미 교역은 12.1% 증가했고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2011년 8.50%에서 2016년 10.64%로 2.14%포인트 상승했다.

또 한미 FTA 체재 아래 한국은 상품 분야에서 흑자를,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서 흑자를 보는 구조로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약 2배 이상 증가, 미국의 대한 투자를 약 56억달러 상회했다.

무협은 미국이 제기하는 무역수지 불균형은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 차이 및 경기 순환에 기인한 것으로, 단순히 한미 FTA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로 인한 미국의 적자확대, 철강 및 자동차 분야의 무역장벽을 언급했으나 이는 기존에 미국이 제기해 왔던 사안으로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며 “한국은 미국에 비해 저축지향, 제조업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고 최근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임에 따라 자국 내 수입수요 증가로 양국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상품수지와 한미 FTA의 관계에 대해 오히려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호조 및 경기회복에 따라 대미 수입이 크게 증가하며 양국간 무역수지 규모는 감소 추세다. 2017년 1~5월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40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통상문제의 최대 현안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에 신경 쓸 여력은 아직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협상 당사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등과의 NAFTA 재협상은 오는 8월에나 시작돼 1년 이상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한미 FTA 재협상은 그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동안 한·미 FTA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난 이슈들이 양국간 대화채널을 통해 원만히 관리돼 온 만큼 재협상도 서로 주고 받는 공방의 과정이 있겠지만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협은 “양국은 FTA 이행위원회(30회 이상)와 장관급 회담(4회) 등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한미 FTA 이행이슈를 해결해왔다”며 “향후 미국이 제기하는 한미 FTA 이행 이슈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대화의 틀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협회는 강조했다.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 발표에도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책 마련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정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몰락한 제조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러스트 벨트(Lust Belt)였던 만큼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당장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NATFA에 대해서도 전면 폐기를 주장하다 재협상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외적으로는 강공책을 펼치면서도 물밑에서는 협상을 진행하는 강온양면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입 36% ↑....문제는 비관세장벽

미국 측이 무역수지 불균형과 함께 제기한 이슈인 자동차와 철강의 경우, FTA가 아닌 무역 장벽의 문제로 수출 물량 변화를 보면 사실과 다른 점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2% 증가한 반면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37%나 증가했다. 중국산 철강의 우회 덤핑 문제도 중국산 철강이 우리나라를 통해 우회 수출되는 물량이 전체 수출 물량의 2% 밖에 되지 않아 미국 정부의 주장처럼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그동안 미국 측에서 무역불균형 문제가 연비 규제와 수리 이력 고지 등 한국의 비관세장벽에 관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령 미국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더라도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 절차가 간편해져 수입 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신경 쓰이는 일이긴 하지만 심각한 타격은 아니다”면서 “미국 수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식의 주장은 미국 측에서도 나온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미국계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실적은 총 1만8281대로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182만5433대)의 1%에 불과하다. 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이 미국 GM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임팔라, 카마로, 볼트 등 1만2047대를 포함해도 2%를 넘지 않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미국차 점유율이 높지 않은데다, 미국 측의 요구대로 우리나라의 연비 규제(17km/ℓ)를 미국 수준(16.6km/ℓ)으로 맞춰준다고 해도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FTA 재협상 아니어도 규제 심해…민·관 TF 통해 대응책 마련

철강업종은 상황이 좀 다르다. ‘쌍방무역’인 자동차와 달리 철강은 사실상 국내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부분도 한국 업체들의 ‘덤핑 수출’과 중국산 철강의 한국을 통한 ‘우회수출’ 등 미국 시장 진입과 관련된 것들로, 미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계속해서 미국의 규제를 받아왔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 착수 건수는 2011∼2013년 3건에서 2014∼16년 8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데 이어 4월에는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넥스틸과 현대제철에 각각 24.9%와 13.8%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상무부에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 부과,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발동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철강업체들은 한미 FTA 재협상과 무관하게 그동안 미국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규제를 받아왔다”면서 “현재 정부와 철강업계가 ‘미국 철강 수입규제 TF’를 만들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