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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중도보수' 반복…정치권, '진정성 의구심' 지속 [정국 기상대]


입력 2025.02.20 00:10 수정 2025.02.20 06:36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李 "진보 대중정당"→"우린 진보 아냐"

또 '말 바꾸기' 논란에 여야 모두 들썩

야권서도 "오직 힘만 원하는 정치조직"

與 "'진짜 하는 줄 알대' 말장난 진행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리 결론이 임박한 가운데 '우클릭' 행보에 나서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면서 급기야 '중도보수'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체성'에 균열을 냈다는 내부 반론에 당 안팎이 들썩이는 모양새다.


"경제는 이재명"이라는 구호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는 파격적 발언까지 내놓고 있는데, 역대 민주당의 기조는 물론 이재명 대표 자신의 과거 발언과도 충돌하는 탓에 여야 모두에서 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상속세 개편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 조항 검토 △기업주도성장 전환 등 경제를 전면에 내세워 이미지 전환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주 이야기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고 거듭 주장했다.


전날 이 대표는 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서는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위치를 갖고 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그의 발언은 진보적 비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민주당의 기존 정체성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인 만큼, 진보 진영 내에서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불과 1년 전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범야권의 지역구·비례 선거대연합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진보개혁 진영의 맏형으로서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었다.


또 이보다 앞선 2023년 당 을지로위원회의 '민주당 재집권전략보고서' 추천사에서는 "을(乙)과 함께 더 단단하게 연대하는 '진보적 대중정당',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는 '유능한 민생정당'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독자적인 '우향우 노선'에도 원내에서는 정체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커녕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에 힘을 싣고 나서는 모습이다. 정의당에 물어보면 그렇다라든지,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 기준으로 그렇다는 등 뒷받침하는 논리도 각양각색이다.


당내 대표적 원칙론자인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SBS라디오에서 "우리보다 더 왼쪽으로는 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도 있다. 그렇게 보면 민주당은 중도정당"이라며 "진보당이나 정의당에 물어보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유럽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닌 중도보수 정도의 정당"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해온 행보가 그렇다. 독일의 사민당은 확실한 진보 정당이지만, 기민당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굉장한 진보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표가) 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종합토론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당내에선 이 대표의 중도보수 참칭론을 '실언'으로 규정한 데서 나아가 조기 대선 국면에서 꾸준히 제기된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야권 잠룡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일갈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주요 원외 인사들로 꾸려진 '희망과 대안포럼' 이사장을 맡은 양기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총선에서 '진보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과연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직격했다.


이어 "이재명 정치의 본질이 드러났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필요할 때마다 정당의 가치를 뒤집는다면 어느 국민이 그 정당을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지현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민주당 역사가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며 "(이 대표는) 어제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야당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이자 보수이자 모든 것이며 그러므로 아무것도 아닌, 오직 힘 그 자체를 추구하는 정치조직"이라며 "우린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들은 원할 때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버릴 수 있으므로"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진정성 없는 말 바꾸기"이자 "검사 사칭에 이은 보수 사칭"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은) 검사 사칭에 이은 보수 사칭"이라며 "당이 추구해온 지향점까지 스스로 부인하며 보수를 참칭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다급함을 넘어 애처로움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라디오에서 "정치인이 말이 왔다 갔다 하게 되면 국민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일 없이 정확하게 한 번 말을 하면 무게감 있게 지키는 자세, 그게 국가 지도자가 아니겠느냐. 그런 자세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KBS라디오에서 "요즘 (이 대표의) 중요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라며 "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 적용' 조항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시사 △상속세 완화 등 각종 경제 관련 이슈를 일단 던져놓고, 나중에 입장을 바꿔 도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을 여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일이 잦다는 이유에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지난 3일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특례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점을 거론하며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또 바꿨다. 요즘 들어 성장을 외치는데 정작 성장하는 것은 이 대표의 '거짓말 리스트' 뿐"이라고 일갈했다.


임이자 의원도 "이 대표의 '진짜 하는 줄 알더라' 말장난 시리즈는 현재진행형"이라며 "기업하는 사람은 한 번만 거짓말을 해도 신뢰와 거래가 끊기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고, 일반 국민이 두 번 이상 거짓말하면 우정이 끊기는데, 이렇게 이 대표의 일관성 없는 일관성의 말 바꾸기는 이 정도면 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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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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