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단말기 자급제’...이통업계 셈법 복잡
정치권 내주 법안 발의
이통3사·제조사 ‘온도차’...유통점 “결사반대”
정치권 내주 법안 발의
이통3사·제조사 ‘온도차’...유통점 “결사반대”
정치권에서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가 분리되는 ‘단말기 자급제’를 다시 내세우면서, 이동통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해관계로 각 주체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SK텔레콤과 알뜰폰은 찬성이지만, 나머지 업계는 부정적이다.
17일 국회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성태 자유한국당은 다음주 단말기 자급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오는 21일 발의한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도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서 국정감사 기간이 끝나면 단말기 자급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단말기 자급제는 쉽게 말해 휴대폰 판매는 판매점 등의‘유통 매장’에서, 이통서비스는 대리점에서 하는 것이다.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은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이통사는 대리점을 통해 요금제와 휴대폰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붙고, 소비자들은 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고가요금제를 묶어서 단말기를 구매한다.
단말기 자급제의 핵심은 휴대폰 판매 과정에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유통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효과로 통신비 인하, 마케팅비용 감소, ▲통신 서비스 및 요금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등이 언급되고 있다.
주체 업계마다 상황은 다르다. 이동통신3사는 SK텔레콤은 찬성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고심중이다. SK텔레콤은 그룹 차원에서 단말기 유통을 담당해온 SK네트웍스의 사업 정비에 나서며 이미 대비에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KT또한 M&S 등의 유통 자회사가 있지만, 자급제 도입으로 인한 유통 시장 변화에 대해서 예측하기 힘든 만큼 조심스런 입장이다. LG유플러스도 이것 저것 손익을 따지는 중이다. 직영점 위주의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와 달리 뚜렷한 유통 담당 계열사가 없다.
국내 단말기 시장을 50% 이상 과점중인 삼성전자는 부정적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갤럭시노트8 국내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단말기 자급제는 전반적인 유통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유통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고용과 생태계가 우려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단말기 수급에 있어서 열위에 있던 알뜰폰 업계는 환영이다. 단말과 이통서비스의 가입이 분리되면 기존 이통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서비스와 가격만으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단 자급제로 인해 이통사의 단말기 보조금이 또 다른 마케팅 비용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의 유통매장은 결사 반대이다. 이들은 그동안 국내 휴대폰 유통의 90% 이상을 담당해왔다. 단말기 구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을 따로 하게 되면 자신들의 역할이 없어지기 때문에 생존 문제에 직면한다. 2만여개의 판매점들이 모두 줄도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거나, 유예 기간을 둬서 단계적으로 자급제를 도입하는 ‘제한적 자급제’를 시행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같은 방법은 단말기 자급제의 근본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원론적인 방향은 다들 공감하고 있다”라면서도 “누구도 그 파급력이나 영향에 대해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