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미국 세탁기 공세에 ‘유감’...적극 대응 나서나
“세이프가드 발동시 미국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 피해 클 것”
산업부와 대응방안 논의...현지 가전 공장 영향 여부 주목
“세이프가드 발동시 미국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 피해 클 것”
산업부와 대응방안 논의...현지 가전 공장 영향 여부 주목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하면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감을 표명하면서 정부와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사가 올해 설립을 발표한 미국 현지 가전공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5일(현지시간) 미국법인 뉴스룸을 통해 "이번 미국 ITC의 결정은 실망스럽다"며 “세탁기의 수입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미국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제한될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도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가전 공장을 짓고 소비자들에게 미국산 혁신 세탁기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향후 세이프가드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끼칠 영향과 가전 공장 설립에 미칠 부작용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세이프가드가 현지 가전 시장의 공정한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삼성-LG, 유감 표명...정부와 대책 마련 나설 듯
LG전자도 향후 진행될 공청회 등을 통해 세탁기 수출로 인한 미국 내 산업 피해가 없었다는 적극 부각시킬 계획이다. 세이프가드 발동시 혁신을 회피하는 제조업체들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유통업체와 소비자의 이익은 크게 침해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LG전자는 “그동안 많은 미국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선택했기 때문에 LG전자 세탁기는 성장해왔다"며 ”세이프가드 발효시 미국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ITC는 5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했다.
ITC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지난 5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별도 심사하기로 규정된 한국산을 제외한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 생산, 수출되는 물량은 적용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크지 않아 대부분 적용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양사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대미 수출 물량 대부분이, LG전자는 동남아에서 생산 및 수출되는 물량이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 발동시 대미 수출 타격...미국 정치권·언론들도 우려
ITC는 이번 판정에 이어 관세부과와 수입량 제한 등 구제조치 단계를 진행한다. 오는 19일(현지시간) 구제조치(Remedy)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11월21일 구제조치 방법 및 수준을 결정(Remedy Vote)한 뒤 오는 12월 4일까지 피해판정과 구제조치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수 있는데 세이프가드 발동시 미국 정부가 수입물량 규제 또는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할 수 있어 국내 가전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정부와 업계도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19일 공청회 전에 업계의 의견을 취합해 대응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 발동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에 설립하기로 한 가전공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 현지 가전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공장 설립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그 강도에 따라 당초 계획과 상당부분이 달라질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과 LG가 각각 가전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의 미국 정치인들은 삼성과 LG의 현지 투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미국 언론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은 토리 위팅 해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 연구원이 작성한 ‘우리는 세탁기를 골라 줄 연방정부는 필요없다’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월풀의 청원이 받아들여지면 미국인 고용이 다소 늘어나겠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구매비용 부담을 져야하며 선택권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날 ‘세탁기 전쟁이 트럼프 전쟁의 무역 강경책을 테스트할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세이프가드를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지난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유럽 교역국들로부터 무역 반격을 우려해 그가 승인한 철강 세이프가드 관련 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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