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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K7 프리미어, 준대형 시장 석권 못할 이유가 뭔가


입력 2019.06.30 06:00 수정 2019.06.30 04:08        박영국 기자

잘생긴 얼굴에 품격있는 실내공간, 첨단 고급사양까지

잘생긴 얼굴에 품격있는 실내공간, 첨단 고급사양까지

K7 프리미어 주행장면. ⓒ기아자동차

잘난 형을 둔 동생은 항상 형의 존재가 부담스럽다. 기아자동차의 대다수 차종이 비슷한 형편이지만, K7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항상 비교 당해왔다.

2016년 1월 출시된 2세대 K7은 음각 그릴과 번개 모양 주간주행등 등 독특한 디자인으로 나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같은 해 11월 야속하게도 그랜저 6세대 모델이 출시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준대형 세단 시장을 휩쓸어 버렸다.

꾸준히 월평균 3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왔음에도 불구, 월 1만대를 넘나드는 그랜저에 가려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삼켜 왔던 K7이 새로운 얼굴과 첨단 사양으로 무장하고 3년여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모델로 돌아와 준대형 시장 석권에 도전한다.

27일 경기도 파주시 ‘더 스테이지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K7 프리미어를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3.0 가솔린, 시승 코스는 행사 장소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스튜디오 담’까지 왕복 168km 구간이었다.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 경춘북로 등 주로 고속도로 위주로 시승코스가 마련됐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고 하지만 신형 K7의 외부 디자인에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못지않은 큰 변화가 가해졌다.

전작에서 조심스럽게 살짝 파냈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신형에서는 쐐기 모양으로 움푹 파내 마치 상어가 입을 벌린 듯 과감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전작을 통해 음각 그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음을 확인한 자신감의 발로인 듯 하다.

헤드램프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위아래로 좁고 좌우로 긴 형태로 상단으로 올려붙였다. 직선의 미를 살려 한층 젊으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연출한다.

전작의 또 다른 디자인적 특성이었던 번개(Z)모양 주간주행등은 사이즈를 줄여 헤드램프 하단, 그릴과의 경계선으로 갈무리했다.

K7 프리미어 뒷모습. ⓒ기아자동차

리어램프 역시 번개모양을 새겨 넣어 앞모습과 통일성을 부여했으며 후면부 센터까지 연결된 그래픽으로 드라마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개인적으로 전면 디자인은 그랜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후면은 그랜저에 비해 월등히 밀렸던 아쉬움을 리어램프 디자인 변경으로 어느 정도 만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K7 프리미어의 또 다른 외양적 변화는 전장이 기존보다 25mm 길어져 5m에 육박(4995mm)하는 덩치를 뽐내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상 구조적 변화가 클 수는 없어 길어진 25mm가 실내공간에 반영된 것은 아니다(실내공간과 직결되는 축거 사이즈는 그대로다).

아마도 전면 그릴 디자인 변경 과정에서 전장이 길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디자인적으로 차체가 웅장해 보이는 효과는 얻었다.

그랜저(4930mm)와의 차이는 기존 40mm에서 65mm로 벌어져 덩치 측면에서의 상대적 이점은 더 커졌다. 전폭(1870mm)과 축거(2855mm)는 그대로지만 애초부터 K7이 그랜저보다 각각 5mm, 10mm 넓고 길었다. 준대형 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웅장한 맛은 외양이건 실내 공간이건 K7이 한 수 위란 의미다.

K7 프리미어 뒷좌석. ⓒ기아자동차

실제 뒷좌석은 다리를 뻗고 편히 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었다. 요즘은 준대형차가 오너드리븐(주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화 됐지만 뒷좌석에 손님을 모시는 용도로도 충분하다.

시승코스의 절반가량을 뒷좌석에 탑승했는데, 넓은 레그룸은 물론, 안락한 승차감에 소음과 잔진동도 거의 없어 만족스러웠다. 암레스트를 펼치면 오디오 시스템을 뒷좌석에서도 조작할 수 있다.

운전석에서 보는 K7 프리미어도 고급 준대형 세단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한다. 수평형 레이아웃의 인테리어는 차체를 한층 넓어보이게 하고 안정감을 준다.

무엇보다 대시보드에 살짝 기운 상태로 매립된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앞으로 기아차의 다른 차종이나 경쟁차들도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 디자인적 성과다. 시인성이 높은 12.3인치에 달하는 디스플레이를 수평형 레이아웃을 해치지 않고 파묻었다는 게 놀랍다. 돌출형보다 한층 안정되고 깔끔한 모습이다.

전자식 변속레버는 버튼이나 다이얼식에 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만 이질감 없고 직관적이어서 좋다. 역시 변속기는 전자식이건 기계식이건 노브 위에 손을 얹고 있다가 밀고 당기는 게 제 맛이다.

기왕이면 라인업에 새로 추가된 차세대 스마트스트림 G2.5 GDi 엔진을 적용한 모델을 몰아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준비된 차량은 그보다 배기량이 높은 3.0 가솔린 모델이었다.

K7 프리미어 인테리어. ⓒ기아자동차

최고출력 266마력에 최대토크 31.4kgf·m을 내는 6기통 2999cc 가솔린 엔진은 준대형의 큼직한 차체를 끌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저배기량 터보 엔진이 대세라고 하지만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묵직하고 안정적인 바퀴 굴림도 포기하기 힘든 매력이다.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4가지 주행모드가 있는데, 스포츠 모드 변환시 엔진과 변속 반응이 확연히 빨라진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엔진회전수가 곧바로 5000~6000RPM까지 치솟으며 급격히 속도를 높인다. 주행모드 변환은 기어노브 바로 뒤쪽에 위치한 다이얼로 족하는 방식이라 굳이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도 직관적이다. 마음먹은 만큼의 각도로 차머리가 돌아가니 고속 주행에서도 불안하지 않다. 조향 응답성이 좋은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장착한 효과가 큰 듯 한데, 사실 이건 3.0 모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최신 모델인 만큼 첨단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도 다양하게 갖췄다. 특히 방향지시등을 켜면 계기판으로 후측방 영상을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는 차선을 옮길 때 시선 분산을 방지해줘 편리하다.

시승을 마치고 체크한 연비는 12.3km/ℓ가 나왔다. 3.0 GDi 19인치 타이어 기준 정부 신고 복합연비 9.8km/ℓ보다는 월등히 높았는데, 시승코스의 대부분이 고속도로였던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 차의 고속도로 신고연비는 12.0km/ℓ, 도심연비는 8.6km/ℓ다.

K7 프리미어는 훌륭한 외모를 가졌다. 가벼운 예쁘장함이 아닌 ‘중후한 잘생김’이다. 그러면서도 ‘무난하게 중후한’ 경쟁차들과 차별화되는 확실한 ‘개성’도 갖췄다. 여기에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만족할 만한 실내공간의 품격도 갖췄다.

준대형 세단 시장은 예전보다 커질 여지가 충분하다. 중형 세단이 과거 대비 위축되면서 준대형으로 넘어온 수요를 흡수할 선택지만 있으면 말이다.

K7프리미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은 ‘잘 나가는 형’ 그랜저와 공통적인 부분이 많고 디테일은 그보다 앞서는 부분도 있다. 여기에 앞으로 몇 달간은 신차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K7 프리미어가 그랜저와 함께 준대형 시장을 키우고 나아가 이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자리하지 못할 이유를 딱히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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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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