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뚝심, 바이오시밀러기업의 진화 이끄나
기존 피하주사 시장에 램시마SC 독주 예고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시장 지각 변동
기존 피하주사 시장에 램시마SC 독주 예고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시장 지각 변동
셀트리온이 유럽 의약품청으로부터 인플릭시맙(Infliximab) 피하주사제 '램시마SC'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허가를 기점으로 바이오시밀러 선도기업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글로벌 신약개발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램시마SC 개발은 2015년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내부 연구진에게 직접 제안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럽에서 현장을 지휘하던 서 회장은 현지 의료진들에게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 제형 제품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
정맥주사(IV) 제형은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정 기간마다 병원을 방문해 2시간 이상 링거를 맞아야 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피하주사(SC) 제형은 현재 판매중인 램시마와 같은 성분의 종양괴사인자(TNF-α)억제제로 정맥주사(IV)가 아닌 피하주사 제형으로 출시되는 제품이다. 즉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환자가 직접 주사를 놓을 수 있다.
램시마SC 개발은 쉽지 않았다. 2시간 동안 투여하는 주사제를 2분 만에 주입해 똑같은 효능과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선 신약 수준의 연구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를 개발한 존슨앤드존슨도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실패했을 정도다.
하지만 서 회장의 뚝심이 일을 냈다. 결국 유럽에서 바이오베터(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개념으로 승인받는데 성공했다. 주요 유럽 시장에 설립해 놓은 14개의 법인 및 지점을 잇는 자체 직판망을 통해 램시마SC를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2020년 2월 독일을 시작으로 3월부터는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 시장에서 램시마SC를 순차 출시한다.
이미 램시마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지난 2분기 기준 59%에 달한다. 오리지날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시장 점유율 35%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향후 레미케이드 뿐만 아니라 휴미라, 엔브렐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36조원이 넘는 TNF-α 억제제 시장까지 모두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경우 인플릭시맙, 아달리무맙, 에타너셉트 등 3개 성분 의약품이 이끌고 있다. 각각의 성분에서 25% 안팎 환자들이 약효 때문에 다른 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제는 램시마SC가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대다수 환자들은 아달리무맙, 에타너셉트 등 두 성분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치료제 반응률이 떨어져 비싼 2차 치료제(오렌시아, 악템라, 엔티비오, 스텔라라 등)를 사용한다. 이 환자들이 모두 램시마SC의 공략 대상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TNF-α 억제제가 주를 이루는 1차 치료제에 내성을 보여 어쩔 수 없이 고가의 2차 치료제로 넘어가게 되는 환자들을 램시마SC의 주력 타깃으로 보고 있다”며 “2차 치료제로 전환하기 전에 검증된 약효와 편리성, 그리고 약물경제성을 지닌 바이오베터 램시마SC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2022년 승인을 목표로 신약 허가 절차를 밟는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논의를 통해 램시마SC제형에 대한 임상 1상과 2상을 면제받고 3상만 진행하기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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