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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되고 막걸리는 안 되고”…제도에 발목 잡힌 전통주


입력 2019.12.12 06:00 수정 2019.12.11 22:03        최승근 기자

전통주 자조금 지원 근거 마련됐지만 영세한 전통주업계엔 ‘그림의 떡’

전통주 범위 확대해 소비자 혼란 줄이고 시장 규모 키워야

전통주 자조금 지원 근거 마련됐지만 영세한 전통주업계엔 ‘그림의 떡’
전통주 범위 확대해 소비자 혼란 줄이고 시장 규모 키워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전통주 전문 매장 우리술방 전경.ⓒ신세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전통주 전문 매장 우리술방 전경.ⓒ신세계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다? 그렇다면 와인은?”

일반 소비자들은 안동 소주, 이강주, 막걸리 등을 전통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전통주 산업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전통주는 조금 다르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 술이라고 생각했던 와인이 전통주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고 전통주라고 생각했던 막걸리는 전통주에 들지 못하기도 한다.

2010년부터 시행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이른바 전통주 산업법에 따르면 ▲주류부문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영농법인 등이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주류 등 3가지에 한해 전통주로 인정된다.

이 기준에 따라 영동 포도로 빚은 영동 와인의 경우 전통주로 인정되지만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수 막걸리는 전통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전통주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면 인터넷 쇼핑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면 정부가 규정한 전통주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 전통주 자조금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전통주 산업법 개정안이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로선 유명무실한 법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조금은 보통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들이 일정 부분 자금을 대고 정부나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대표적으로 한우자조금, 한돈자조금, 우유자조금, 계란자조금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자조금에 비해 규모가 영세한 전통주의 경우 자조금을 낼 자금력과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이를 활용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통주의 범위가 좁다 보니 오히려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통주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이 도리어 족쇄가 된 셈이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등 넓은 범위의 전통주 시장 전체가 부진을 겪고 있다 보니 현재로선 자조금을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전통주 범주를 확대해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본격적인 산업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존 가치가 있는 전통주에 대해서는 기술 전수 등을 지원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막걸리 등 넓은 범위의 전통주 시장을 확대해 시장 전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주류기업과 전통주 생산업체가 협력해 내놓은 제품 중에는 해외 수출 등 판로를 확대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국순당여주명주에서 생산한 ‘고구마증류소주 려’는 올해 처음 미국 수출 길에 올랐다. 국순당여주명주는 국순당과 여주시, 여주 고구마 농가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농업법인으로 여주 고구마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50년 만에 주세법이 개정됐지만 이는 과세체계 개편일 뿐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전통주 시장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통주 범위를 확대하고 주종 구분 등을 현재 상황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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