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시행규칙 개정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담배 판매
온라인 비중 늘면서 입국장 인도장 도입 요구 거세…중소면세점은 ‘반발’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담배 판매
온라인 비중 늘면서 입국장 인도장 도입 요구 거세…중소면세점은 ‘반발’
올해 5월 인천공항에 첫 선을 보인 입국장면세점이 내년에는 전국 주요 공항으로 확대되고 담배 판매도 허용된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마찬가지로 면세점도 온라인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부진을 겪고 있는 입국장면세점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9일 입국장면세점 확대 및 담배 판매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인천공항에 문을 연 입국장면세점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월 평균 매출 80억원의 절반 수준을 보이며 부진을 겪고 있다.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 및 국내 관광객의 편의성을 명분으로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출국장면세점에 비해 상품 구색이 열악한 데다 동선마저 복잡해 이용객이 적은 상황이다. 중소면세점으로 사업자를 한정하면서 대기업 면세점에 비해 할인 혜택 등 마케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입국장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 업체들은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담배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해왔다. 담배는 출국장면세점 기준 화장품, 패션에 이어 3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은 상품이다.
담배는 세금 비중이 높아 입국장면세점에서 판매할 경우 자칫 유통시장 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한 때 정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2월부터 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입국장면세점 매출이 정부 기대치에 비해 부진한 데다 내수 소비 진작이라는 명분을 위해 급하게 정부가 정책을 수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입국장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 면세업체들은 담배 판매로 매출을 높일 수 있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담배 판매가 입국장면세점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놓고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될 경우 입국장면세점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되면 관광객들은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입하고 국내에 입국할 때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오프라인 면세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할인 혜택이 많은 인터넷 면세점과 상품 구색이 다양한 시내면세점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된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최근 들어 인터넷면세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의 온라인 매출은 최근 5년간 평균 50% 이상 성장했고, 전체 면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등 주요 공항의 경우에는 공항이 면세 사업자에게 온라인 면세점 플랫폼을 제공하고 플랫폼 내에서 면세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진작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지지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입국장 면세점에 비해 상품 구색이 다양하고 더 많은 할인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관광객들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입국장 인도장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전체 설문 대상의 76%를 차지해 여론도 긍정적인 편이다.
반면 입국장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 면세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면세점 유관기관과 국회에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될 경우 입국장면세점 특허 조기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수 소비 진작과 국내 관광객 편의성을 우선시 했다면 입국장면세점 보다는 입국장 인도장을 먼저 도입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 됐을 것”이라며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된다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굳이 동선이 복잡한 입국장면세점을 들를 일이 필요가 없다. 담배 판매만으로는 현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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