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생태계 변화에 선제 대응,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변모
세계 최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실 LA서 실증사업 본격화
자동차 산업 생태계 변화에 선제 대응,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변모
세계 최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실 LA서 실증사업 본격화
2025년. 전세계에서 534만대의 개인용 자동차가 사라진다. 자동차 사용자 12.5명이 개인 차량을 사는 대신 단 1대의 차량을 공유한다. 그만큼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리서치 및 컨설팅 전문 기업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이 내놓은 전망이다. 개인용 자동차가 사라지고 기존의 12.5분의 1에 불과한 카셰어링 차량 수요로 대체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미래다.
하지만 이런 미래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자동차 제조사가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정헌택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모빌리티사업실장(상무)은 “2025년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기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고객들의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 미래모빌리티 사업 실증을 위해 설립한 ‘모션랩(Moceanlab)’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차그룹의 첫 행보다.
정 실장은 “시장환경 등 여건이 성숙된 미국 LA에 실증사업 법인인 ‘모션랩을 설립했고, 최근 시작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혁신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 산업 생태계 변화 적극 대응…‘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변모
카셰어링으로 대변되는 공유경제 확산을 통해 개인용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계 자동차의 주행거리는 약 859억2000만km감소하고, 총 418억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약 1046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게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예상이다.
비용절감이라는 개인적 이익과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이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만큼 공유경제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2025년까지 전세계 카셰어링 이용 회원수가 3600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할 수 없는 대변혁이라면 그 속에 뛰어들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혁신 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구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모션랩은 이를 위한 실증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정 실장은 “개인 고객에게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완성차업체의 사업 모델인데, 결국 서비스적으로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응해 차량 판매 뿐 아니라 서비스로 붙일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라는 지향점이 미래 자동차 산업 4대 트랜드인 ‘M.E.C.A(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E.C.A는 각각 개별적인 서비스라기보다는 융합된 것으로, 이를테면 드라이버가 없는 로봇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자율주행 택시가 필요하고, 대부분이 전기차 기반이고, 고객이 차를 부르기 위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커넥티비티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 “결국 현재 우리가 하는 서비스와 대입해보면 카셰어링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카셰어링은 고객이 차를 타고 싶을 때 특정 지역에서 예약을 하고 빌리지만, 차량이 자율주행차로 바뀌게 되면 그게 로봇 택시가 된다는 것이다.
◆LA 중심가서 시범운영 중인 '모션 카셰어' 서비스 체험
이날 LA 서부 최대 번화가이자 한국의 서울역에 비견되는 ‘유니언역(Union Station)’ 인근에서 현대차 모션 카셰어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모션랩은 지난해 11월부터 유니언역을 비롯한 4개 주요 역에 총 15대의 아이오닉 HP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투입해 모션 카셰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이날 유니언역에는 3대의 아이오닉PHEV가 대기하고 있었다.
현지 직원이 스마트폰에서 모션 카셰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자 바로 사용 가능한 공유 차량의 정보가 떴다. 차량에 접근해 스마트폰 앱에서 ‘문 열림’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고, 키를 소지하지 않아도 시동버튼을 누르니 시동이 걸렸다.
모션 카셰어 앱 화면은 구성이 직관적으로 돼 있어 사용이 간편하고,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작동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모션랩의 타깃은 유니언역 같은 교통 요지에서 30분 이내의 거리를 추가로 이동해야 하는 고객이다. 대중교통보다 월등히 편리한 서비스를 택시나 우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모션랩에서 운영하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이용요금은 최초 서비스 가입비 12달러를 제외하고, 주행시간에 따른 사용료(연료비 포함)는 시간당 12달러다. 같은 거리를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하철ᆞ버스 요금은 약 7달러(대기시간 포함 약 2시간 소요), 택시나 우버 요금은 약 60달러 정도여서 가격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2020년 3월부터 분당 요금제가 적용되면 약 20분간 운행시 비용은 4달러가 전부다. 버스나 지하철 등 전통적 대중 교통에 비해 시간은 3분의 1로 줄이면서도 비용은 비슷하고, 택시 요금과 비교하면 8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적이다.
2015년 기준 카투고(Car2Go), 집카(Zipcar), 드라이브나우(DriveNow) 등 약 16개 카셰어링 업체의 평균 이용료가 등록비 약 25달러, 편도 이용료 약 11~18달러, 왕복 이용료 약 53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션 카셰어는 높은 비교 우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브 갤런 모션랩 전략담당 상무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범운영 개념으로 사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왜 LA인가?…세계 최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실
현대차그룹이 미국 LA에 가장 먼저 모빌리티 서비스 법인을 설립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나선 이유는 LA가 가진 도시적 특성이 테스트 배드로 적합한데다, 2028년 올림픽 준비를 앞둔 LA시가 교통과 환경 개선 사업에 발 벗고 나서며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헌택 상무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 중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인 LA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필요성과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라며 “LA시정부도 인간 중심 모빌리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차의 비전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LA는 뉴욕(New York)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근 지역의 위성 도시들까지 합치면 약 10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8604억달러의 GDP(국내총생산)를 발생시키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기도하다.
지난 2018년 LA의 연간 방문객 수가 처음으로 5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매년 여행이나 사업 목적으로 이 곳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LA 시내로 출퇴근하는 탓에 자동차 교통량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LA시는 202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심각한 교통 문제 해결 등 성공적인 대회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2025 비전 제로(Vision Zero)’ 계획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내연기관 제로, 교통사고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A시는 이를 위해 도시 교통체계 개선 협의체인 ‘어반 무브먼트 랩스(UML)’를 발족했다. 여기에는 LA시 산하 ▲LA메트로(LA metro) ▲LA교통국(LA DOT) 등의 기관과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Verizon) ▲미국 차량공유전문기업 리프트(Lyft) ▲구글의 자율주행 전문 기업 웨이모(WAYMO)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션랩 설립을 통해 올해부터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 UML의 카셰어링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현대차그룹과 LA시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철학,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의 방향성 등과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LA시는 미래 혁신 모빌리티 사업을 검증할 수 있는 시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실제로 LA시민은 1인당 연평균 9741달러를 교통비로 지출,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7907달러)과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5445달러)을 앞지르고 있으며, 미국 전체의 약 20%에 해당하는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유형 스쿠터 및 자전거 등 3만6000개의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배치돼 있다.
또한 뉴욕의 2배 이상인 90개의 대중교통 관련 신생기업(스타트업)이 6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관련 유무형적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모션 카셰어, 서비스 범위 넓히고 300대 규모로 확대
현대차 모션랩이 현재 LA에서 운영 중인 모션 카셰어 서비스는 아직 실증 시험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계속해서 소비자 요구 사항과 장단점을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점차 범위와 규모를 늘려 다간다는 방침이다.
모션랩은 LA 지역에서의 카셰어링 사업을 크게 2단계, 세부적으로는 3단계로 구성해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첫번째는 역(驛) 기반 왕복 운행 방식(해당 차량을 출발한 역으로 돌아와 반납하는 방식)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타지에서 LA를 방문하는 경우 진출입로가 되는 주요 역 중심의 차고지를 활용한 방식이다. 이어서 주요 역을 거점으로 해 편도 방식(출발지와 차량 반납 장소가 다른 방식)으로 운영을 확대한다.
두번째 사업 단계는 역 주변 외에도 LA 도심 내 인구가 많이 몰려드는 주요 지역의 노상 주차장을 활용해 출발지와 도착지를 다르게 할 수 있는 프리플로팅(유동형 편도) 방식이다.
세번째 단계는 LA 도심에 국한되지 않고 외곽 지역까지 운영 범위를 확대하고 더 많은 차고지를 확보해 이용자가 보다 편하게 원하는 지점에 가장 가깝게 차량을 이용하고 그 장소에서 반납까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초기의 역 기반 왕복 운행 방식의 경우 전철(Metro) 이용객 중심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연간 500~1000명의 교통지원 효과가 기대된다.
모션랩은 향후 LA 시내(Downtown) 지역, 한인타운, 헐리우드 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카셰어링 서비스 지역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며, 현재는 왕복 방식으로만 운영하고 있지만 프리플로팅 방식으로까지 운영 형태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모션랩은 유동형 편도 방식이 정착될 경우 연간 약 6000여명 이상에 대한 교통지원 효과가 기대되며, LA 도심 내에서 주로 이동하는 사업가나 직장인뿐만 아니라, 관광객과 도심 외곽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통근자들까지 고객 군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셰어링에 활용되는 차량은 현대차 아이오닉 PHEV 15대를 시작으로 향후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추가할 예정이며, 기아차의 차종도 추가하는 등 최대 300대 이상으로 운영 규모를 확대해 프리플로팅 방식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A에서의 검증을 마치면 향후 미국 전역으로 해당 서비스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며, 카셰어링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유럽 등 타지역으로의 확산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션랩을 통한 카셰어링 실증사업을 통해 미래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의 사업성 검증 외에도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 개별 차종의 상품성 홍보, 판매 확대 등 부가적 효과를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과 도시 환경개선에 기여함으로써 기술 선도적 이미지와 지역 주민들에게 우호적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가능하다. 또한 아이오닉 PHEV 등 친환경차를 주로 카셰어링에 투입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작은 친환경 차종 상품성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카셰어링 서비스 전문 업체에 플릿(fleet) 공급(개인이 아닌 사업체에 대규모로 차량을 공급하는 경우)을 통해 일부 차종의 경우 판매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카셰어링 사업의 확대로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사업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와 같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판매처 확보와 서비스로서의 이동성 제공이 핵심 사업 영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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