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HMA CEO 닛산 떠나 현대차 합류 9개월…"정의선 수석부회장 비전 확신"
"팰리세이드, 법인차는 없어서 못 팔아…생산 늘리면 더 많이 팔 수 있어"
현대자동차가 ‘가장 미국적인 차’로 불리는 픽업트럭 ‘싼타 크루즈’를 내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 이를 통해 기존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코나, 베뉴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RV(SUV 포함)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 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 HMA 본사에서 CES 2020 취재를 위해 방미 중인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싼타 크루즈는 2021년 하반기부터 현대차 딜러점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며,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간 약 4만대의 싼타 크루즈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간 4만대는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투싼, 싼타페, 쏘나타, 코나에 이어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종 중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7월 출시해 연말까지 2만8736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팰리세이드의 연간 환산실적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처음으로 출사표를 내민 ‘신참’으로서는 다소 공격적인 판매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싼타 크루즈에 현대차의 미국 내 볼륨 차종 중 하나로 자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 CEO는 싼타 크루즈가 일반적인 픽업트럭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싼타크루즈는 단순한 픽업트럭이 아니며, 포드 또는 GM의 것과 같은 미국의 전통적인 픽업트럭이 경쟁차종이 아니다”면서 “단순히 견인력, 차량중량등급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제공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트럭으로서 새로운 세그먼트의 정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싼타 크루즈는 모노코크 바디를 갖춘 준중형 SUV 투싼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픽업트럭으로, 프레임 바디의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진, 오프로드에 특화된 픽업트럭과는 달리 ‘도심형’에 최적화된 차종임을 미국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무뇨스 CEO는 “SUV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형태의 트럭은 기존에 없는 최초의 차급으로, 싼타 크루즈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물건을 던져놓을 수 있는 개방형 적재함과 운전자와 탑승객을 위한 실내 공간을 동시에 갖춘 도시적이고 젊은 크로스오버 트럭으로서, 싼타 크루즈는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월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싼타 크루즈는 지난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처음 선보였다. 당시 선보인 싼타 크루즈 콘셉트카는 2L 터보 엔진에 최고 출력 190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차체 크기는 국내에 출시된 GM의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보다 작다.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주류인 중·대형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콤팩트 사이즈의 새로운 픽업트럭 세그먼트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양은 2인승으로 2열 좌석 없이 바로 뒤에 적재함이 붙은 형태였지만, 미국 시장에서 이런 형태의 픽업트럭이 양산차로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CEO는 “양산형 싼타 크루즈에는 앞서 공개한 콘셉트카의 몇 가지 요소들이 적용되겠지만, 무엇보다 미래의 고객들이 싼타 크루즈에 기대하는 것들이 반영될 예정”이라며 “싼타 크루즈의 디자인이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싼타 크루즈의 성공적 론칭을 위한 전략에 대해 “현 시점에서 논의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싼타 크루즈의 출시를 중요한 우선순위로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뇨스 CEO는 지난해 출시돼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팰리세이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이 팔 수 있는 차”라며 공급 측면에서의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런칭한 신차 중 하나로, 현재 월평균 5000대 가량 판매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인기로 인해 현재 공급 대수가 제약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생산을 늘린다면) 더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CEO는 “팰리세이드가 (미국 미드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본다”면서 “판매 가격이 높은 편임에도 많은 고객들이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팰리세이드는 리테일(일반 소비자 판매) 쪽에서의 인기가 워낙 높아 플릿, 렌터카 등 기업간 판매는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같은 팰리세이드 안에서도 상위 트림인 리미티드 트림이 가장 잘 팔리고 있다.
그는 특히 “기존의 현대차 고객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토요타나 미국 회사의 고객들이 팰리세이드를 통해 현대차의 고객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뇨스 CEO는 SUV 인기가 높은 미국 시장 상황에 맞춰 앞으로도 SUV 라인업을 강화하겠지만, 기존의 강점인 세단 분야도 놓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세단은 여전히 현대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여기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최근 선보인 신형 쏘나타는 세련된 디자인, 스포티한 주행 성능, 최첨단의 사양을 갖추고 여전히 매년 세단을 구매하는 미국 내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최선의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딜러 쪽에서 받고 있는 피드백을 살펴보면, 신형 쏘나타는 시장에서의 수요가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쟁사들은 이미 세단에서 손을 떼고 포기를 하고 나가는 시장 상황이지만 현대차는 세단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세단의 세그먼트별 순위가 1위에서 3위로 축소됐으나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추진 등 무역 분야의 리스크에 대해 무뇨스 CEO는 “현대차는 자유 무역을 지지하며, 한미 양국 간 무역 협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양국의 합의는 상호 유익하고 양국 간 경제 관계를 강화시켰으며, 특히 지정학 전략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 현지에서 보수가 좋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미국의 많은 소비자들에게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무뇨스 CEO는 닛산의 전사성과총괄(CPO) 출신으로 지난해 4월 현대차에 합류해 이달로 9개월째를 맞았다.
그는 지난 9개월간의 소회에 대해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가진 비전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현대차에 몸담고 있다는 게 기뻤다”면서 “최고의 품질에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고, 직원들간, 권역간 협력 팀워크가 잘 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제시한 비전인 ‘스카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언급하며 “현채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성공을 이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춘 글로벌 통합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전략’과 관련해서는 “현대차 북미권역본부(HMNA)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아주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솔루션이 북미 소비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