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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승부는 결국 국민연금 손에서 갈리나


입력 2020.02.03 16:34 수정 2020.02.03 17:2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 둘러싼 찬반 팽팽해질 듯

지난해 대한항공 이어 이번에도 칼자루 쥘 가능성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진그룹의 운명은 국민연금의 손에 달릴 전망이다.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았던 국민연금이 이번엔 아들인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을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반 조원태 연합'이 결성되면서 내달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국민연금의 손에 의해 결정이 날 공산이 커졌다.


현재 3자 연합 결성으로 반 조원태 진영이 확보한 지분은 32.06%(KCGI 17.29%, 반도건설 8.20%, 조현아 6.49%)가 된 상태다. 현재 조원태 회장이 우군으로 확보된 지분은 21.67%(델타항공 10%, 조원태 6.52%,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카카오 1%)를 단번에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둘의 지분을 합치면 11.78%에 달해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둘의 선택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달 31일 3자 연합 공식 발표 당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추가 합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당초 반도건설의 지분 참여가 이 고문의 권유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두 모녀가 3자연합에 합류하게 되면 반 조원태 진영 지분이 43.84%로 달해 조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무산된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되는데 지난해 주총 참석율이 77.18%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해도 출석률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상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이제 관심이 가는 경우의 수는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우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3자 연합이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터라 오너 일가가 스스로 자신의 경영권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기반한 선택이다.


이 경우, 조 회장 진영의 지분은 33.45%까지 늘어나게 돼 박빙의 승부가 된다. 양 진영의 지분 차이가 1.39%밖에 나지 않아 나머지 주주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에 국민연금(4.11%)의 선택에 양측의 운명이 판가름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지분 대결이 팽팽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주총 출석율을 감안하면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지만 일단 승기를 잡는 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과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30.38%) 비중이 30%를 넘지만 이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은 낮고 국민연금의 선택이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양측의 국민연금 잡기 경쟁이 한층 가열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이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운명을 가르는 결정을 한 바 있어 이번 선택이 주목된다. 지난해 3월 진행된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건이 부결되면서 조양호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항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안건에 대한 찬성은 64.1%, 반대 35.9%였다. 당시 부결은 대한항공의 이사 선임·해임 안건이 한진칼과 달리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규정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이 11.56%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선택이 조양호 회장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국민연금공단

이러한 과거로 인해 아들인 조 회장의 운명도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변수가 많은 상황이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조 회장을 둘러싼 찬반진영이 팽팽한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가 이번 주총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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