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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낙엽 금융주…배당 믿고 산 투자자 ‘긴장’


입력 2020.02.20 05:00 수정 2020.02.20 16:3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KRX은행지수 올 들어 10% 넘게 하락...신한지주·대신증권 14%↓

신용등급 강등·소송전 위기...증권사 주주들 배당 줄까 노심초사

라임 사태로 금융주 주가가 내려앉으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커졌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뉴시스 라임 사태로 금융주 주가가 내려앉으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커졌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뉴시스

은행·증권주 주가가 라임 사태로 내리막을 걸으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금융사 간 자금 회수를 둘러싼 소송전, 금감원 현장조사 본격화 등 연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주주들은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온 이들 종목이 다음 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고배당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와 KRX증권지수는 연초 이후 각각 10.63%, 6.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14.20%), 대신증권(-14.22%), 우리금융지주(-11.84%), NH투자증권(-11.2%), KB금융(-10.10%) 등도 10% 넘게 떨어졌다. 라임 사태에 따라 배상금 지급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검사와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라임운용이 운용하는 2개 모펀드(자펀드 138개) 1조5268억원(장부가액 기준)는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최대 7300억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2개 모펀드(자펀드 54개)의 손실 추정액 3000억원을 더하면 총 예상 손실액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중 증권사가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맺어진 일부 펀드는 일반 투자자들이 한푼도 건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객 자산 회수를 위한 증권사 간 법적 분쟁도 가속화됐다. 판매사인 대신증권은 지난 12일 TRS 증권사들에 펀드 정산분배금의 우선회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TRS 증권사에 대한 가압류·가처분 소송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19일 관련 금융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간 금감원도 라임자산의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다음 달 초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합동 조사를 시작한다.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계약취소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환매 연기된 라임펀드의 손실률을 50%, 배상률을 70%를 가정할 경우, 배상금으로 신한금융지주 1010억원, 우리금융지주 890억원, 하나금융지주 280억원 수준을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신한지주 등 전체 금융지주에서 최대 2700억여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불완전판매 비율을 30%, 배상 비율을 50%로 가정하고 무역금융펀드 관련 부실 은폐·사기 혐의가 드러나 신한금투가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전제조건 시 배상금이다.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이 두드러진 은행·증권주가 당분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가 판매사를 상대로, 판매사는 운영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이 시작될 것이고 감독당국의 분쟁 조정 절차 역시 시작되면서 라임관련 불확실성은 확대될 여지가 존재한다”며 “당분간 증권업종의 의미 있는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신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라임 사태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사업 위험도를 높이고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불완전 판매하거나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대신증권과 신한금투의 경우, 나이스신평의 모니터링 대상에 올랐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대형 증권사들에 대해 라임 사태 결과에 따라 직접 투자 금액이 지난해 4분기 회계상 손실로 잡힐 가능성이 있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손실이 증권사들의 수익성과 주가에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주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배당만 믿고 은행·증권주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동안 은행·증권주는 대체로 고배당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같은 수준의 배당정책을 이어갈 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4대 금융그룹은 다음 달 주통을 앞두고 일제히 배당을 늘렸다.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만큼 ‘주주 달래기’의 성격이 강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것도 계기가 됐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모두 25%를 넘어섰다. 이 중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26.6% 수준이고 이어 KB금융지주가 26.0%, 하나금융지주 25.6%, 신한지주 25% 순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비 높아진 배당성향과 주주친화정책 등 한국 은행주의 할인 요소로 작용했던 배당정책관련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어, 향후 글로벌 배당주로의 관심도 부각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배당 공시를 하지 않은 증권사 주주들의 경우, 배당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사업 확대 등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여기에 라임 사태의 후폭풍으로 인해 사모펀드 등 증권사들의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주 가치는 더욱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들이 라임사태 여파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해서 올해부터 배당금액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작년 결산 배당은 줄이기 힘들 것”이라며 “소송 관련해서도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회사들이 대비책을 세우는 동안 투자자들도 멀리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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