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젋은 총수들 디자인에 빠지다…제품 디테일 스타일 글로벌 '톱'


입력 2020.02.21 05:00 수정 2020.02.20 22:3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구광모, LG 디자인경영센터 찾아 "고객감동의 품격 높여달라"

정의선, 세계적 디자이너 영입으로 현대·기아차 디자인 레벨업

이재용, 전자업계 디자인 선도하는 '디자인 삼성' 이끌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사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디자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주로 기업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던 창업 1·2세대와 달리 3·4세대 젊은 총수들이 기업을 이끌게 되면서 ‘디테일’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 제품들의 디자인을 살핀 뒤 임직원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디자인은 고객이 우리 제품에 대해 첫 인상을 받고 사고 싶다는 가치를 느끼는 처음 순간이자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내내 섬세한 배려와 편리함에 감탄하고 고객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도 디자인일 것”이라며 “디자인이야말로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가슴을 뛰게 하고 다음 제품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디자인 조직과 일하는 방식이 개방적이고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구 회장은 이날 참석한 LG전자의 디자인 부문 리더들에게 “새로운 고객경험을 선사하는 디자인을 차곡차곡 쌓아 고객감동의 품격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올해 출시 예정이거나 검토중인 LG전자의 스마트 도어, 벽밀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혁신 가전제품들과 커넥티드카, 디지털콕핏 등 자동차 부품 영역의 제품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디자인적 요소가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 살펴봤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실천’을 경영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디자인경영센터 방문은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첫 단계인 디자인 분야의 경쟁력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그만큼 디자인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재계 총수들 중 ‘디자인 경영’으로 가장 이름 높은 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2005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현대자동차 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기아자동차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불과 몇 년 사이에 ‘디자인 기아’이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그는 ‘현대차의 아류’로 불리던 한계에서 벗어나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결정하고 전사적인 디자인경영에 나섰고, 당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폭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의 ‘디자인 경영’은 계속됐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 시점인 2016년에는 푸조 및 폭스바겐그룹에서 대중차, 고급차, 슈퍼카 디자인을 모두 경험한 스타급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현 디자인최고책임자, CDO)를 영입했고, 같은해 벤틀리에서 이상엽 전무(현 현대디자인센터장)을 스카우트 했다.


2017년에는 부가티 출신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디렉터를 제네시스 유럽디자인팀으로 영입했다. 벤틀리 출신 사이먼 로스비 상무에게는 중국디자인 담당을 맡겼다. 지난해 9월에는 BMW와 벤츠, 인피니티에서 경력을 쌓은 카림 하비브를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으로 데려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계속해서 제시하는 브랜드로, 기아차는 보편적으로 우수한 디자인을 갖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재용 부회장이 승진과 함께 경영권을 잡은 2012년부터 디자인 분야에서 글로벌 ‘톱’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핵심 기지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제품의 외양은 물론, 사용에 편리한 물리적 특성, 사용자 경험(UX)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철저하게 연구,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을 디자인 측면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업계 디자인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국제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금상 2개 포함 총 61개의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와 ‘더 세로’ TV가 금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제품 부문 34개, 콘셉트 부문 8개, 커뮤니케이션 부문 17개, 패키지 부문 2개 상을 수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디자인적으로 우수성을 어필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든 것은 모든 업종에 통용되는 진리”라며 “과거 총수들은 디자인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나, 총수들이 젊어지면서 디자인 분야에 무게를 싣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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