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선의의 동참...장기적 실효 기대는 금물
소규모 개별 상권은 남의 나라 이야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에게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착한 임대인 운동은 ‘건물주’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감성적인 운동으로 실효성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또한 정부도 이에 동참해 올해 상반기 6개월간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세제혜택으로 임대인의 동참을 확산 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료 인하 운동은 지난달 12일 전주한옥마을 건물주(14명)를 시작으로 전주시를 넘어 서울·경기·대전·부산·광주·대구·제주까지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8일을 기준으로 임대료 인하를 적용받은 점포를 약 9300개로 추산했다.
하지만 ‘착한 임대인 운동’은 주로 공공기관·준공공기관, 기업, 동대문·남대문 등의 단체상권 등에서 일어나고 있을 뿐 소규모 개별 상권으로까지는 확대되지 않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등에 입점한 임차인들은 임대입찰로 들어온 이들로 영세한 자영업자가 아닌 경우가 많고 대기업 프렌차이즈도 있다”며 “결국 영세한 임차인들, 한계사항에 있는 분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화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착한 임대인 운동은 남의 나라 얘기”라며 “우린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재택근무하는 회사도 많고 회식도 거의 없어져 손님이 반 이상 뚝 떨어졌지만, 임대인으로부터 월세를 깎아준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연남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일부 프렌차이즈에서는 본사가 임대료를 지원 한다는 얘기도 오고 가는 모양이지만, 개인 자영업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며 “이 주변에서 월세를 감면해준다고 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보는 업종은 요식업에 그치지 않는다. 잠실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도 아니고 3분의 1 이상 뚝 떨어졌다”며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간다고 하는데 앞으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착한 임대인 운동’이 자영업자의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고자 유도하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정작 실효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착한 임대인 운동은 개인(건물주)이 동참함으로써 해결되는 상황”이라며 “임차비용을 받아서 건물대출 이자를 갚는 건물주들도 많아 생각만큼 개별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보다는 차라리 월세를 덜 받는 편이 낫다”며 “세입자가 장사가 안돼 나가게 되면 서로에게 피해가 되니 착한 임대료에 동참하는 건물주도 있을텐데, 위기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한시적일 뿐이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행하려고 추진하는 임대료 인하분의 50% 세금 감면도 건물주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황수 교수는 “세제해택을 기대하고 임대료를 낮추는 건물주는 소수일 것”이라며 “건물주가 선의로 동참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