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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에서 5부제까지…50일간 대책만 수두룩


입력 2020.03.08 13:33 수정 2020.03.08 17:30        배군득 경제부장 (lob13@dailian.co.kr)

방역·경제 두 토끼 모두 놓친 어설픈 행보에 국민만 ‘피해자’

확진자들 공공의 적으로 내몰려…내놓은 대책도 실효성 의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매점매석 등의 행위로 가격이 치솟은 마스크와 관련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공개 사과를 하고 있다. ⓒ홍금표 기자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발열 증상이 있어 인천의료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은 35세 중국여성이 국내 첫 확진자로 이름을 올린 지 벌써 49일째다. 9일이면 국내 코로나19 사태도 50일을 맞는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49일째인 8일 오전 현재 확진자 수는 7134명이다. 하루 새 367명이 늘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는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이됐다.


그런데 이달부터 충청권 지역이 새로운 코로나19 감염지역으로 부상되고 있다. 신천지 이외에 일반 국민도 섞이며 2차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급하게 마스크 공급대책을 내놓으며 확산 방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확산 방지는커녕 새벽부터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에 긴 줄을 세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때부터 곳곳에서 국민 모두를 ‘잠재적 감염자’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49일 동안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책만도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많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비롯해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쏟을 수 있는 재정지원은 모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효과는 미미하다. 여기서부터 정부는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제대책까지 수립하다보니 우선순위가 뒤죽박죽 돼 버린 것이 결국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마스크 대란은 이번 정부의 ‘탁상행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우리나라 행정부 ‘TOP3’는 연신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코로나19 대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수립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이렇게 허둥지둥하는데 어떻게 국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 예측 빗나간 마스크 공급...중장기 대안 없이 내놓은 뒷북 행정


국민과 업계는 뒤 늦게 마련한 마스크 안정화 대책으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지 한 달 남짓 마스트 수급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 31번 확진자 이후 발생한 코로나19가 특정 종교단체의 집단감염으로 나타나기 전까지 방역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 등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자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마스크 수급 대책만 놓고 봐도 보름 새 대책 보완이 수시로 이뤄졌다. 정부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스크 대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업계와 상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적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려다 업계 반발을 사는 부작용이 초래했다.


여기에 마스크 보급 5부제 시행을 놓고 ‘대리 수령’ 논란이 불거지자 발표 하루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 수령 범위를 넓히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가 충분한 공적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스크 수급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공직자들에게 면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마스크 사용지침도 일부 완화했다. 이제 면마스크도 괜찮다니, 그럼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안서도 된다는 것인가. 또 다시 정부가 기존 방침을 번복하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후 사흘 만에 대통령 수정 보완, 국무총리 담화문 등이 나왔다.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마련한 탓에 국민만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총선 코 앞인데 선심형 추경 논란…금리인하 ‘마지막 카드’ 될까


그럼 경제는 어떤가.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 지표를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역도 쉽지 않은데 경제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폭의 지표 하락으로 수습이 어려운 것일까.


여러가지 궁금증에도 분명한 것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부터 기업과 소비자 체감경기가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등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월(75)보다 낮은 65를 기록했다. BSI가 65를 기록한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였던 2016년 2월뿐이다. 지금 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밖에 투자, 고용, 수출 등도 1월에 ‘반짝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3월에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내수 시장은 자영업을 중심으로 초토화 직전이다. 정부가 추경을 비롯한 재원을 적제적소에 풀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은 경기하락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일만한 최선의 아이템이다. 그런데 시점이 좋지 않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추경’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실 추경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기는 어렵다. 역대 추경을 보더라도 추경이 경제성장률이나 경기회복에 직접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인하는 정부에서 경기침체를 완화시키는 ‘마지막 카드’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별개로 금리인하는 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리인하에도 경기회복 신호를 받지 못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다. 금리인하까지 단행했는데 코로나19 확산세도 잡지 못하고 경기부양도 힘들어지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사태 발생 50일이 되도록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놓지 못했다면 무작정 정부만 믿고 따라기 어렵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지역사회 불신으로 번질 경우 정부 신뢰도는 더 추락할 수 있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방역과 경제 모두 15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초중고 개학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모든 것이 앞으로 일주일에 달렸다. 이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정부는 사실상 공신력을 잃게 된다. 다른 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금이 벼랑 끝이라는 인식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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