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되는 국내 항원·항체 진단키트 정작 국내에선 애물단지
RT-PCR 검사만 고집하는 방역 당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가 유럽 등 해외로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역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보건당국이 해외 수출은 허용하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또 기존 방식의 검사만으로는 방역 및 예후가 쉽지 않은 만큼 항원·항체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병행해 전체적인 검사의 정확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3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8961명이고, 누적 검사 수가 33만건을 넘었다. 이처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진단검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도입한 ‘긴급사용승인제도’ 덕분이다. 그런데 수많은 진단키트 기업들 중에서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은 단 5곳 뿐이다.
분자진단의 선두기업으로는 국내 긴급승인을 받은 씨젠,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젠바이오텍,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솔젠트,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7개사의 8개 제품에 대해 수출용 허가를 승인했다. 7개 업체는 모두 RT-PCR 진단키트로 수출용 허가를 받았으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항체 검사 시약을 추가로 허가받았다.
RT-PCR 방식 외에 항체·항원 면역검사 키트는 긴급사용승인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오직 수출만이 살길이다. 항체·항원 면역 반응검사 키트를 개발한 수젠텍과 필로시스헬스케어도 유럽인증을 획득하고 수출을 준비 중이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이탈리아, 스위스, 이집트, 말레이시아, 독일, 그리스 등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검사에 사용하는 진단키트는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분자진단법이나 유전자검출검사법이라고도 불린다. 콧속이나 목구멍에서 검체를 채취한 다음 유전물질을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승인이 된 RT-PCR 검사는 정확도가 95%에 달해 현존하는 코로나19 진단법 중 가장 정확한 검사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RT-PCR 코로나19 진단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 가량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음성이 나올 때까지 제대로 된 응급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RT-PCR 검사 외에도 신속한 검사를 위한 항체검사 키트도 긴급사용승인을 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되고 있다. 항체 검사는 바이러스 감염 후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초기 항체 IgM(감염 후 빠르면 3~7일), IgG(감염후 10일 이후)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검사할 수 있는데다 검사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고, PCR 대비 비용이 매우 경제적이다.
감염 후 7일 이내 초기에는 검사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WHO를 비롯해 미국 FDA와 CDC, 중국 등에서는 이러한 검사도 함께 권고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혹은 경미한 증상의 환자가 많고, 갑자기 면역체계가 공격받아 사망하는 경우도 많이 보고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무증상일때는 가래나 콧물 같은 검체 채취가 힘들어 항원항체 검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아직은 정확도가 낮아 도입하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6개 국내 진단검사 단체는 “면역검사(혈청검사)의 정확도는 50∼70%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체외진단업체 관계자는 “분자진단과 면역진단은 서로 경쟁이 아닌 보완을 통해서 전체 방역의 정확도를 올려야 한다”면서 “해외로 수출이 될만큼 위상과 제품력이 높은 국내 진단키트들이 국내에선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