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선남선녀들인데 그동안 아무 일 없었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 후반부에 등장한 이 대사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격이었다.
병원 재단 이사장 주종수(김갑수)가 던진 한 마디에 송화(전미도)·익준(조정석)·정원(유연석)·준완(정경호)·석형(김대명)·송화(전미도)도 놀랐고, 시청자도 흠칫했다. 이후 남자친구와 헤어진 송화 앞으로 누군가 선물한 듯한 구두 한 켤레가 놓인다.
방송이 끝난 후 드라마 톡방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송화의 '남편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대학시절, 석형이 송화에게 고백한 것을 근거로 석형이 여전히 송화를 좋아하고 있다고 추측하거나, 회상 장면을 언급하며 송화가 익준을 바라봤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준완이 송화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나름의 분석도 나온다. 남편 후보만 네 명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마성의 남편찾기를 선보인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이번에도 또 '남편찾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일까.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는 극 초반부터 남편 찾기에 대한 밑밥을 깔며 시청자를 붙들었다. 청춘들의 성장기와 우리네 이웃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다 멜로까지 더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남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는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다.
'응답하라 1997'은 성시원(정은지)·윤윤제(서인국)·윤태웅(송종호)을 내세웠고, '응답하라 1994'는 성나정(고아라)·쓰레기(정우)·칠봉(유연석)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남편찾기'는 '응답하라 1988'에서 정점을 찍었다. 덕선(혜리)·택(박보검)·정환(류준열)을 둘러싼 '남편찾기'는 극 중반에 넘어서면서 주가 됐고, 이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극이 늘어졌다. 당시 누리꾼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 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슬기로운 감빠생활' 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 PD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위해 '남편 찾기'를 넣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려 '멜로'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대신 야구선수 김재혁(박해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궁금증으로 전개를 이어갔다.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 5인방을 주축으로 한 따뜻한 일상 이야기를 담는다. 2회까지 병원에서는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잡는 데 성공했다. 시청률은 2회 만에 7.8%(닐슨코리아 유료 가구기준)를 찍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1,2회 4.638%, 5.381%를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청률 추이는 미지수다. 소소한 이야기로만 채우기에는 조금은 밋밋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송화가 남자친구랑 헤어진 터라 '남편 찾기'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드라마 제작진은 "의사 5인방이 극적 재미를 높일 예정"이라며 "서로 얽힌 다섯 친구의 관계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