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78.4로 금융위기 후 최악 18.5%P 급락
"코로나19 진행에 따라 체감경기 살아나는데 시간 걸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00조원을 시장에 쏟아 붙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계살림에 대한 우려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보다 18.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이번 결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2.8)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 후폭풍이 소비심리를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추락시킨 것이란 해석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앞으로의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번 결과처럼 지수가 100을 밑돌면 지갑을 닫는다는 의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직접적인 요인인 경제적 사안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요동쳤다. 2011년 초엔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주저앉았고,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하락곡선을 그렸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든 11월엔 100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는 사회적 문제이자 경제전반을 뒤흔든 유례없는 사태로, 과거 어떤 사례 보다 심각한 소비심리 위축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최근 두 달 사이 무려 25.8포인트나 빠졌다.
최근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101로 '100대'에 진입한 뒤 12월(101)과 올해 1월(104)까지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 접어든 2월 조사부터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 대비 7.3포인트 급락해 96.9를 기록했다.
글로벌금융위기 땐 6개월만에 회복했는데 "이번엔 예측 불가"
현재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비롯한 체감 경기는 외환·금융위기 때만큼 나빠졌다는 평가가 많다. 상대적으로 낙관적 경기전망 해석을 내놓는 한국은행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영향에 경기와 가계의 재정 상황 관련 지수가 모두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패닉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최근 정부의 금융지원책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의 소식이 나온 뒤 다소 안정을 찾고 있지만, 한번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데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소비자심리가 회복되는데 반년 정도가 걸렸다. 2008년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대비 12.7포인트(90.6→77.9) 급락하고, 이후 2개월간 추가 하락한 뒤 2009년 1월 들어서 7.1포인트 상승하며 반등했다. 이후 2009년 4월(93.0)에 들어서야 급락 발생 직전인 2008년 9월(90.6) 수준을 회복했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단계적 글로벌 영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소비 심리가 벌써 얼어붙고 있어 내수 경기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사람들이 이동 자체에 큰 제약을 받고 있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여행, 도소매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그린북 3월호'에서도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고, 앞으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진행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