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60대 이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위한 연구용역 착수
모바일뱅킹 30대 80%-70대 이상 6%로 이원화 갈수록 뚜렷
금융당국이 고령층을 위한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에 본격 돌입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변화를 가리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환경이 기존 창구에서 모바일 등 비대면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디지털금융 시대’로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60~70대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가이드라인(가칭)’을 만들기로 하고 최근 연구용역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7개월 여에 걸쳐 진행될 예정으로, 대략 올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우선 빅데이터와 관련 설문 등을 통해 고령층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금융 관련 니즈 확인 및 분석에 나서기로 했다. 또 주요국의 고령층 대상 디지털금융 관련 정책과 규제현황, 주요 금융회사의 디지털 환경설계 사례 등을 파악해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당국은 이번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시 준수해야 할 기본지침을 일선 금융권에 제시한다는 것이 골자로 가이드라인은 향후 금융권 모바일 앱과 은행 뱅킹 사이트 등에 설계 및 운용될 전망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피드백 등을 거쳐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한민국이 빠르게 고령화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비중이 커지고 있는 고령층이 금융환경 변화에 소외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지난 2015년 12.8%에서 2019년 기준 14.9%로 고령화사회(14%~)를 넘어 이제는 초고령사회(20%~)로 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바일뱅킹 서비스 등 디지털금융에 익숙하지 않는 고령층들이 각종 편의성과 혜택에서 소외되는 ‘디지털 양극화’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30대 기준 87%에 이르는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60대에 이르러 18.7%, 7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6.3%로 큰 차이가 난다.
실제로 최근 비대면 서비스 등에 방점을 둔 금융회사들이 창구보다 높은 금리 혜택을 주는 모바일 전용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디지털금융 활용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경우 이같은 혜택을 접하고 누리기가 쉽지 않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은행 영업점 방문 대신 비대면 거래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금융거래에 막막한 고령층들의 고충 역시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업계의 질서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디지털금융에 대한 선제적 대비 필요성은 이미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1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비대면 거래 확대,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 접목 등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금융혁신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역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의 강화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금융 관련 교육과 서비스 개선 움직임 역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