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부칙에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 개최 규정
'혁신형 비대위'에 활동기간 부여할 공감대 부족
"조기 전대 열어서 새로운 지도부로 위기 극복"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향으로 새 출발의 가닥을 잡았다.
17일 복수의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당은 당헌당규와 전당대회 시행세칙 정비 등 최소한의 기능만 하는 '관리형 비대위' 2~3개월을 거친 뒤, 7월초에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방향으로 수습 방안의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지도부'의 붕괴에 따라 일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까지는 불가피하다. 비대위에는 최소 내년초까지 활동하며 당 쇄신 작업을 하는 '혁신형 비대위'와, 전당대회 준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있는데 '관리형 비대위'로 물줄기가 잡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혁신형 비대위'의 경우 일단 당내 이견 없이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될 인물이 마땅치 않으며, 이제 막 전국단위 선거를 치러 공천권 등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대대적인 당 쇄신을 이끌기는 곤란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당헌 부칙 제2조 2항 본문 후단은 '차기 전당대회는 2020년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칙을 넘어서 '혁신형 비대위'에 충분한 활동 기간과 전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의 한 당선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지금 비대위를 세운들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전당대회 준비 밖에는 역할이 없지 않느냐"라며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받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는 비대위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독자적인 쇄신을 시도할 경우, 되레 당의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조기 전당대회를 빠르게 열어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새 지도부 중심으로 당 체질을 개선하는 게 당면한 위기 수습과 2022년 대선 준비에 적절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중진급을 중심으로 주말간 당선자들 사이에서 의견 수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5선 고지에 오른 조경태 통합당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위기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를 길게 가면 안될 것"이라며 "하루 빨리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관리형 비대위로서) 수습대책위 성격을 갖는 게 좋겠다"고 이같은 기류를 뒷받침했다.
황교안 제안한 '김종인 비대위 카드' 곤란해진듯
전대 '선수'로 안 나설 사람이 '관리자' 맡을 전망
5월 원내대표 선출~7월 전당대회 로드맵 '유력'
이에 따라 황교안 전 대표가 제안한 '김종인 비대위 카드'는 사실상 현실화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다. 김종인 위원장 정도의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인사가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하러 겨우 2~3개월짜리 '관리자' 역할로 오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헌당규와 전당대회 시행세칙 정비는 매우 기술적인 부분이라 옛 '김희옥 비대위'처럼 외부 법조인을 위촉하거나, 아니면 당선자 중에서 당무에 능통하면서도 스스로는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을 인물이 맡는 방안이 점쳐진다. 당선자총회에서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 나갈 일은 없으므로 원내대표가 이 작업을 주도할 가능성도 높다.
조경태 수석최고위원과 5선급인 정진석·주호영 의원 등은 전당대회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선수가 심판으로 뛸 수 없는' 관계로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조 최고위원도 이와 관련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는) 나 말고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고 사양할 뜻을 밝혔다.
'관리형 비대위'가 수립되면 전당대회는 당헌 부칙에 규정된 8월보다 앞당겨진 7월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관측이다. 당장 내달 당선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당권 레이스' 돌입 준비까지는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7월초 전당대회 개최가 유력하다. 통합당은 지난 2017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해 7월 3일에 전당대회를 치른 바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본래 6~7월은 휴가철이라 국민의 관심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전당대회와 같은 큰 행사를 치르지 않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휴가철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므로 7월초에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권역별 순회 연설회 등을 가지려면 장소 대관 문제 등으로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 또한 코로나 사태로 어렵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7월초 조기 전당대회로 가게 되면,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권성동·윤상현 의원 등 이른바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구성될 새 지도부의 '결단'의 몫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등 더 큰 폭의 정계개편 시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금은 내부에 있는 위기를 먼저 지혜롭게 극복하는 게 먼저"라며 "외부에 계신 분을 먼저 데리고 오는 것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