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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더십 리스크, 김여정이 메울까


입력 2020.04.22 13:40 수정 2020.04.22 13:4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혈통‧직책‧수행이력 감안하면 사실상 '北 2인자'

日 요미우리 "긴급상황 발생 시 김여정에 권한 집중"

전문가들, 후계구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북한 '리더십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인다.


김 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피를 이어받은 '백두혈통'으로 대내외 주요 이슈에 얼굴을 비추며 북한 내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김 위원장을 직접 대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평가됐다. 김 부부장은 연이어 개최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을 곁에서 보좌하며 전 세계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최근 김 부부장은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개인 명의 담화까지 잇따라 발표해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 특성상 최고지도자 승인 없이 외교 활동을 벌일 수 없는 만큼 개인 명의 담화는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뢰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해임 이후 김 부부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조직지도부장직은 당 간부에 대한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북한의 핵심권력기관으로 꼽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0년대 후반 측근 윤승관에게 잠시 자리를 맡긴 것을 제외하면 2011년 사망 때까지 조직지도부장을 겸했었다.


혈통‧직책‧수행이력 등을 감안하면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굳혔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작년 말부터 김 위원장 안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김 부부장이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하는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 개최 당시 김 위원장이 사망 등으로 직접 통치가 어려울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유사시 북한의 승계 계획에 대한 질문에 "김 위원장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기본적인 가정은 아마도 가족 중에서 누군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피는 물 보다 진하다"
후계구도 불분명하고 권력투쟁 가능성도 있어


김 위원장 '대리인'으로 평가되는 김 부부장이 긴급상황 발생 시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김 부부장이 권력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아무래도 핏줄이 물보다 진하니 (김여정을) 앞에 내세우면 (김정은) 공백을 메우는 데는 효율적일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이 있어서 김여정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사라지면 냉혹한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통화에서 "김정은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김여정"이라면서도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그쳐 아직 후계구도가 확립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실질적 지도부'로 평가되는 당 정치국 일원에 물러난 뒤 최근 후보위원에 복귀했다. 후보위원은 당무위원과 정치국원의 뒤를 잇는 자리다.


신 전 센터장은 "김정은 자녀들이 어리고 김여정도 권력을 완벽히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영향력이 있는 최룡해가 장성택 역할을 할지 '장성택 처형'을 상기하고 독자노선을 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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