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나와도 매수자들 '심사숙고'…"더 저렴한 물건 나올까 봐"
양도세 중과세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 급매 대부분
"나올 급매 물건 다 나왔다. 앞으로는 없을 것"
“트리지움 33평 17억(남향·로열층)”
“트리지움 33평 17억(고층확장)”
“엘스 33평 17억8000만원(저층)”
“리센츠 33평 17억5000만원”
지난 27일 찾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일대 공인중개소. 잠실새내역 5번출구 근처에는 잠실의 대장주인 이른바 ‘엘리트’로 불리는 아파트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업소들 약 30곳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매물을 소개하는 광고물이 건물 한쪽 벽면 끝에서 끝까지 붙어있어 진풍경을 연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매매 통계를 증명하듯, ‘급매’·‘급급매’라고 써붙인 매물 전단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엘리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용84㎡(33평) 기준 20억원대 시세를 유지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2~3억씩 호가가 낮아졌다. 실제로 이날 공인중개소 광고물에는 전용84㎡ 17억대 급매물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호가하락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일까. 취재중이라고 밝힌 후 공인중개소 관계자에게 매물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 “수억씩 떨어진 매물은 잘 없고. 17억 매물은 1층이 대부분”이라고 쏘아 붙였다.
그러나 광고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17억원대 매물에는 1층이 아닌 ‘고층’·‘남향’·‘로열층’ 등 좋은 입지조건을 함께 설명한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뜸 “16억원대 매물 없습니다. 그건 예외에요 예외”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최근 16억원대 실거래(증여거래 추정 포함) 물건이 연속으로 두 건 발생해서 일까. 이 두건은 ‘엘리트 집값 하락 신호탄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용84㎡ 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을 때도 17억원대 매물과 함께 18억~19억원사이 매물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말·올해 초와 비교하면 확실히 1억~3억원은 떨어진 가격이다.
엘스 전용119㎡(45평) 21억5000만원 급급매물도 눈에 띄었다. 한강뷰·중층의 22억 매물도 볼 수 있었다. 이는 호가를 내리지 않은 전용84㎡ 매물과 1억~2억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이다. 엘스 119㎡는 평균 시세가 26억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이같은 급매물들은 오는 6월 시작될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A공인중개소 대표는 “6월 전까지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이달 소량 나왔다”며 “그러나 한 달 안에 매도를 완료해야하는 상황 이어서 나올 물량들은 이미 다 나왔을 것이고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 12·16대책을 통해 10년 이상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 대해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했다. 이에 급증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올해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1일) 이전인 5월 말까지 매도를 완료해야 한다.
그렇다면 급매물들의 거래는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B 공인중개소 대표는 “보시다시피 나온 매물들도 많이 있고 이번 기회에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사려는 매수자도 항상 대기 중이지만, 막상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매수자들은 더 저렴한 매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택구입자금출처 조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손님들도 많이 있어, 이전보다 거래를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는 분위기라 아무래도 거래위축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