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 체감 성과 목표…"사각지대 잡아내는 게 과제"
지난해 기금 2兆 적자…재원 마련·사회적 합의 여부 관건
청와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국민 지원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이어, 이번엔 '전국민 고용보험'이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국민 체감 성과를 내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일부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최근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그 시작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했다. 강 수석은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며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1300만명인데 나머지 약 1500만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언급했다.
정부 차원에서 고용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는 당정 핵심 인사의 발언까지 더해지며 공론화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일 "대공황과 수차례의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오랜 기간 쌓아 온 제도의 성벽이 '코로나 해일'을 막아 내는 데 역부족이다. 우리도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며 강 수석 발언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노동계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일부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고용보험의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기준 근로자 2735만명 중 약 50%만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고용보험료 등의 수입보다 실업급여 등의 지출이 더 많아 약 2조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가입자 50%의 인원까지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으려면 사업자의 부담이 커질뿐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출산·육아휴직, 실업급여 등 고용기금에서의 지출도 동시에 늘어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안에 대한 기재부의 인식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앞서 기재부는 재난지원금 협의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주창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기존에 고용보험제도는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했었는데 여기에 자영업자까지 포함을 하려고 하면 상당한 재원들이 준비돼야 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정가에서는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 성과 창출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 3년간 국정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주력했음에도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집권 후반기 구상을 밝히면서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임기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집권 후반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분야가 경제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고용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지원이 이뿐만이 아니어서 또 다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 등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보험의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소득 산정 체계 등 시스템을 대폭 손봐야 해 방안 마련·시행까지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군불만 때다 끝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청와대가 신중 모드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일 "그 문제는 한 마디 밖에 드릴 게 없다"며 "'결정된 바 없다'가 답이고, 결정된 바 가 없어서 자세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