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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동네북…금융사 "우리도 기부해야겠죠?"


입력 2020.05.10 06:00 수정 2020.05.10 06:0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착한운동' 동참했는데 이번엔 지원금기부

'자발적 기부'라지만 눈치 살피며 검토 중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뉴시스

"우리도 기부해야 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둘러싼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메리츠금융에 이어 농협 임직원들과 웰컴금융그룹 임원들이 재난지원금 기부를 선언하자 다른 금융사들도 서로 눈치를 살피며 기부 동참을 검토하고 있다. "자발적 기부"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금융을 산업이 아닌 공공재로 보는 눈초리에 금융사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농협은 지난 5일 산하 계열사 임원과 간부 5000여명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기부 당사자들에게 기부 참여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결정해 발표했다. 메리츠금융 역시 연봉 5천만원 이상 임직원 2700여명이 지원금을 기부한다고 발표하면서도 개인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 농협과 메리츠금융 임직원 입장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등 떠밀려' 기부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금융권 내에선 이번 논란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다 벌어진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캠페인 등에 동참하는 것을 일종의 '실적'으로 여기는 금융권 관성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기다.


아직까지 4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에서는 재난지원금 기부 동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경제부총리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장·차관 등이 줄줄이 기부 선언을 하고 있어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리딩금융' 신한이나 KB금융이 기부를 시작하면 줄줄이 기부행렬에 동참해야할 판이라는 얘기 나온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 정책에 투입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는 시키지 않아도 금융사들이 알아서 나서야 하는 동네북 신세"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은 물론 저신용등급에 대한 대출문턱까지 낮추면서 향후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금융권은 정부 주도의 '착한 운동'에 전사적으로 나섰다. 주요금융그룹은 물론 지방은행까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다. 최근엔 정부가 주관한 '착한 선결제 대국민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국 영업점 인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15억원을 선결제하며 동참했고, KB국민금융도 주요 계열사들이 인근 음식점 등에서 3억원을 선결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참한 금융사들은 일제히 "자율적으로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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