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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폭로 보도와 반박의 데쟈뷰


입력 2020.05.14 08:30 수정 2020.05.18 17:18        데스크 (desk@dailian.co.kr)

총선 불복 심리에서 비롯된 흠집내기 폭로 보도일 수도 있으나 의혹은 의혹

"세상 어느 시민단체가... "는 진보 단체를 성역으로 군림하는 의식 드러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제 윤미향이다.


한국에 사는 정치에 관심 없지 않은 사람들이나 해외에 살며 한국 정치 돌아가는 것에 날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데쟈뷰(Deja Vu, 이미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느낌)다.


의혹의 주인공이 집권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당선자란 점에서 이것은 어느 한 진영에서 보기엔, 대선 불복과 유사한 총선 불복 심리와 동기에서 비롯된 폭로이다. 억울하고 분한 패배를 어떤 흠을 찾아내 위안 삼고 나아가 결과를 무효화시켜 보려는 시도와 맥이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불복 폭로 보도는 시작이 좀 다르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지 않고 내부(?)의 반발로부터 비롯됐다. 수요집회라는 그 단체 주요 행사에 매번 나오던 핵심 인물인 90대 고령의 이용수 할머니가 의혹을 제기하며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게 발단이 됐다.


그래서 데쟈뷰이면서도 데자뷰가 아닌 특징을 보이는 것이 이번 윤미향 사건이다. 또 지난 여러 불복 사건들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인지 의혹 당사자가 바로 역공을 취하는 모습도 이채롭고 놀랍다. 해명에 급급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이다.


그녀는 딸의 미국 유학비 조달 의혹을 제기한 매체에 대해 "일제에 빌붙었던 노예 근성을 버리지 못한 친일 언론"이라고 공격하고 그 언론들과 함께 자신을 비난한 야당에게는 '미통당'이라 부르며 "30년 인권운동의 성과를 깔아뭉개고 21대 국회에서 전개될 위안부 진상 규명과 사죄, 배상 요구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이 친일파여서 그녀를 까내리는 기사를 캐내고 보수 야당이 그녀 단체가 펴고 있는 운동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마녀사냥'과 '모략'에 나서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주장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며 그녀와 그녀 단체가 확실히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한 그녀의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세상 어느 시민단체가 기부금 내역을 샅샅이 공개하느냐. 왜 시민단체가 그런 식으로까지 의혹에 몰려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인식과 말은 필자가 사는 캐나다 같은 투명한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아마 한국에서도 요즘 시대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나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의도와 목적에 관한 진실 규명과 별개로 의혹은 의혹이다. 그것도 시민들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므로 그 의혹은 따져져야만 하고 필요할 경우 세무조사와 사법당국의 조사도 받아야 할 것이다.


윤미향의 발언에는 진보 시민단체는 절대 선이고 성역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일반인들에 군림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지금은 5공 시대가 아니다. 그녀의 일부 언론과 정당을 보는 시각은 5공에 시계 바늘이 멈춰 있는 듯하다.


캐나다에서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자선단체나 비정부기구는 회계상으로나 법적으로 그냥 한 회사(법인)이다. 한국의 일부 운동권 출신들이 생각하는 듯한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신성한 비정부 기구', 그래서 통속적인 법규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특별한 단체가 아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기부금이 줄어들자 캐나다 연방 정부는 이들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일반 기업들과 똑같이 임금보조 긴급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살려야 하는 고용주로 본 것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이 고용주(단체 회장)들은 코로나 전에 비해 후의 수입(기부금)이 현저하게 감소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 증명은 '세상에 어느 시민단체가...' 라고 공개를 거부했다면 불가능하다.


돈을 받는 내역을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야 할 세금을 당연히 낸다. 도네이션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으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단 5불짜리도 영수증을 내어 준다. 이런 점에서 "왜 공개해야 하고 왜 감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삿대질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그 정의를 위한 전투에서 그만 내려와야 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도 자격이 한참 모자란다.


사람은 좋은 일을 외롭게, 힘들게 하다 보면 자칫 우월감과 보상 심리를 갖게 된다. 그래서 말없이 그들을 응원하는 일반인들로서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애써 모른 체하고 듣지 않으려 한다. 유신 시절에 그랬고, 5공 시절에 우리가 그래 왔다.


때는 2020년이다. 정권과 시대가 강산이 몇번 바뀔 만큼 바뀌었다.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시민단체를 외롭고 힘든 사람들로 보는 국민이 지금 얼마나 될까? 그렇게 보지 않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이제 권력을 가졌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고 본다.


그들도 감시를 받아야 하는 위치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 이번 유학비 조달과 호프집 계산 의혹이 남기는 교훈이라면 교훈일 것이다.


윤미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탈탈 털린' 조국이 불쌍할 뿐이지 '탈탈 털어진' 그의 위선과 이중성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극회에 가서도 이런 본말이 전도된 말싸움 선수가 되려고 하는가?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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