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해운·항공 등 9개 업종 대표들에 '사회적 대타협' 주문
"유동성 위기 잘 넘기도록 지원…으쌰으쌰하는 노력 필요"
"정부와 기업은 지금 한배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산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배를 탔다"는 표현을 두 차례 사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두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긴급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기업의 고용 유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정부는 기업의 매출이 급감함에 따라 생기는 여러 가지 유동성 위기를 잘 넘기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원할 것"이라며 "기업과 정부가 정말로 한배를 탄 심정으로 함께 으쌰으쌰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기업에 "지금의 위기는 고통 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라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의 조건인 '6개월간 90% 이상의 고용 유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요건을 갖추려면 작게는 기업 차원에서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크게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도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시민사회도 함께 하는 아주 큰 사회적 대타협을 이번 기회에 한 번 도모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해낼 때까지 기업의 어려움을 정부가 돕는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개월 이후에도 고용 유지에 신경 써 달라는 메시지도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6개월 만에 이 위기가 극복될지, 안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기업을 향해 '고용 유지'를 당부했다. 그는 "정부와 경제계 간의 협력은 물론 업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며 "산업 생태계 전체를 지킨다는 비상한 각오로 일자리를 지키고 우리 산업과 경제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를 기회로 삼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때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더 많이 키워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역량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비롯해 항공·해운·기계·자동차·조선·정유·석유화학·철강·섬유 등 9개 업종 17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고용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문 대통령의 당부에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