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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경제 현실로] 또 내려간 기준금리…추가 대응 여력 있나


입력 2020.05.29 06:00 수정 2020.05.29 05: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3월 0.5%P '빅 컷' 이어 두 달 만에 재조정…"실효 하한 근접"

코로나 재유행 우려 확산…통화정책 여지 남아 있나 '의문부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가뜩이나 역대 최저인 기준금리를 또 다시 내리는 초강수를 던졌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해지자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추가 타격에 대한 대응 카드를 너무 일찍 써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전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두 달여 만에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우게 됐다. 한은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한 상태였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유래 없는 0%대까지 내려간 와중에도 한은이 재차 조정을 단행한 것은 당시 예측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게 각종 지표에서 확인되기 시작하면서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춰 잡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에 제시했던 2.1%에 비해 대폭 하향된 수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은이 이번 달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큰 폭의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진 만큼, 한은이 당분간 그 효과를 관망하지 않겠냐는 분석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9일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중 79%명은 이번 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답변은 21%에 그쳤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은이 앞선 금리 인하 영향을 좀 더 충분히 살핀 뒤 방향성을 정할 것이란 관측이 자리하고 있었다. 앞서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가져간 지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낮출 만큼, 금융시장의 여건이 불안하지 않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최근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 모두 어느 정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3일 연 0.86%로 사상 최저를 찍은 뒤 줄곧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초 이후 두 달 반 만에 2000선을 넘어섰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재확산이나 그에 따른 금융 불안에 대비할 여력을 남겨놔야 한다는 측면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남겨 둘 것이란 전망의 근거가 돼 왔다. 금리를 끝내 내리더라도 다음 달 쯤으로 예견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 이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는 0%대의 국내 기준금리가 실질적인 하한선을 뜻하는 이른바 실효 하한에 이미 거의 도달했다는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즉,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실정인 만큼 한은이 인하 카드를 아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효 하한이란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금리를 더 인하해도 효과가 없는 한계선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보다 밑으로 금리를 낮추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불안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이 같은 실효 하한을 둘러싼 염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효 하한은 주요국의 금리와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번 인하로 실효 하한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우리 경제에 예기치 못한 파장이 더해질 경우 기준금리를 통한 한은의 통화정책 대응 여력에 한계가 노출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0%대 안팎 수준인 현실을 감안하면 한은으로서는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와중 통화정책의 핵심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듯했던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경제적 활동이 다시 위축되면 경기 침체가 지금보다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8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9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번 달 6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체계를 전환하면서 제시했던 일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미만 기준이 깨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부분적 혹은 단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충격 장기화 시 침체 및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실효 금리 하한 근접으로 인해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추가 기준금리 조절보다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통화정책은 저금리를 장기간 용인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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