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지배구조 조항 개정…부행장·부사장 선정 권한도 삭제
개별 CEO 자율경영 기조 강화…권력 분산 박차 배경 주목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한 자회사 임원진에 대한 인사권을 완전히 내려놨다. 불과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 수장은 계열사 모든 임원들의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조 회장은 자회사 CEO만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의 제왕적 권력 구도를 둘러싸고 비판이 이어지는 와중 신한금융이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에 적극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의 권한과 연계된 지배구조 내부규범 조항을 개정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은행 경영의 컨트롤타워인 이사회의 운영에 있어 지켜야 할 구체적인 원칙과 절차를 정해둔 규정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제정·변경할 수 있다.
규범 개정으로 신한금융 자경위는 신한은행의 부행장과 다른 계열사의 부사장을 정할 수 있던 기존 권한을 잃게 됐다. 지금까지는 자회사 부행장·부사장을 대상으로 한 인선 기준과 심의에 관한 사항이 신한금융 자경위의 담당 업무로 명기돼 있었는데, 이번에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서다.
이는 사실상 조 회장이 전 계열사 CEO 밑에서 일하는 임원들의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외이사뿐 아니라 지주 경영진도 포함해 6인 이내의 이사로 꾸려지는 자경위의 구성 상 그룹 회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까닭이다. 이제부터는 신한금융 자회사들의 임원 인사 권한을 CEO 각자에게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 자경위는 개별 자회사의 2, 3인자를 넘어 상무 급에 이르기까지 계열사 전 임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그런데 앞선 2018년 말 지배구조 내부규범 수정을 통해 그룹 자경위의 인사권을 계열사의 부행장·부사장으로 제한하면서 변화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이 같은 권한마저 없앰으로써 계열사 CEO들이 입지가 훨씬 넓어지게 됐다.
신한금융의 이런 움직임은 조 회장이 강조해 온 자회사 자율경영 확산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초 조 회장이 연임을 확정하면서 본격적으로 관련 작업에 힘이 실리는 흐름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그룹 경영회의에서 계열사 CEO의 인사 재량권 확대를 언급하면서, 자율경영에 따른 그 만큼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형 금융그룹들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도 신한금융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금융감독원은 주기적인 금융지주 이사회와의 면담 등을 통해 그룹 회장에 쏠려 있는 한 권력 구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금융그룹을 상대로 한 감독 강화 기조를 주문하고 있는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압박은 더욱 거세져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권력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그룹의 노력은 수년간 계속돼 왔고, 회장의 인사권 분산은 이를 매듭짓기 위한 핵심 작업"이라며 "반대로 자율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 금융 계열사 CEO들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